핸디캡 12인 A씨가 핸디캡 5인 B씨와 맞붙었다.

A씨는 컨디션이 좋았다.

그는 대등하게 B씨와 겨뤄 나갔다.

A씨는 거리로 보나 구질로 보나 B씨에 꿇릴 게 없었다.

라운드 종반까지 A씨와 B씨의 스코어는 비슷했다.

그러나 A씨는 파5홀인 17번홀에서 약 90야드 서드샷이 뒷땅이 되며
파온에 실패했다.

이어 18번홀에서는 1m내리막 파퍼팅이 홀을 비껴갔다.

두 홀 연속 파가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두 홀 다 보기를 한 것.

물론 상대방은 두 홀 모두 파를 잡았다.

경기후 A씨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요즘 내 골프가 굉장히 늘었다고 말한다.

내 자신도 샷이 무척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골프를 잘 친다는 것과 "골프가 늘었다는 것"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골프를 잘 친다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실수 없이 샷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스코어를 좋게 이끌어 왔어도 승부가 결정되는 바로 그 싯점의
샷을 실패하면 그 골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압박감이 들이 닥칠 때 그것을 이겨내는 샷을 하는 것.

잘 치는 골프란 바로 그런 골프이다"

A씨의 분석은 "골프에서의 승부"를 설명한다.

1백번을 잘 쳐 왔어도 쐐기를 박는 하나의 샷을 못 치면 그 이전의
모든 굿샷은 의미가 없어지고 승부도 뒤바뀐다.

우승도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의 샷을 성공해야 쟁취되고 몫이 가장
커졌을 때 그 몫을 움켜 잡는 샷이 나와야 "강한 골프"가 된다.

어쨋거나 위와 같은 분석을 할 수 있었던 A씨는 날이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