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방지협약이 당초 우려대로 기형적인 모습으로 시행되게 됐다.

종금사가 부도방지협약에는 가입하되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는 불참키로 은행과 종금사가 "타협"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로그룹 여신중 60%를 갖고 있는 종금사들이 40%밖에 갖고 있지
않은 은행들의 결정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게
됐다.

또 지방은행 등 일부 은행들의 경우 "은행들만 추가여신부담을 지는 것에는
동의할수 없다"고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어 28일의 협약개정과정은 물론
채권은행협의회 운영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아울러 부도방지협약에 가입하지 않는 보험사 증권사 신용금고 할부금융사
파이낸스사 등은 얼마든지 가압류신청과 민사소송등 채권행사를 할수 있어
부도방지협약의 존립을 뿌리째 흔들 여지도 남겨놓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진로그룹에 대한 채권은행 대표자회의는 28일 예정대로 열려 <>채권
은행 협의회의 구성과 운영 <>긴급자금 지원여부 <>경영권 포기각서 징구여부
<>채권행사 유예기간 연장여부 <>자산부채 실사기관 선정여부 등을 논의하게
돼 진로그룹의 장래는 채권은행들의 손에 좌우되게 됐다.

<> 타협의 내용

=종금사들이 의무적으로 부도방지협약에 가입하되 부실징후기업의 채권기관
협의회에는 참여치 않는다는게 골자다.

즉 어음및 수표교환등 채권행사유예에는 동참하지만 추가지원 부담을 떠안지
않는다.

대신 의결권도 행사할수 없도록 한 것이다.

<> 타협의 배경

=28일로 예정된 진로그룹 대표자회의를 어찌됐든 열어야 한다는 다급함이
주된 요인이다.

이동호 은행연합회장과 정지태 상업은행장, 장만화 서울은행장은 지난 25일
모임을 갖고 "추가여신 지원대상 제외"라는 종금사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종금사를 아예 협약대상기관에서 제외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25일 밤 상황은 변했다.

종금사를 협약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시킬 경우 <>종금사들의 어음및 수표
교환 대여금 반환소송 등 무차별적인 채권행사로 협약이 원인무효화될 가능성
이 높다는 현실적 지적이 나온데다 <>은행만으로 협약을 시행할 경우 대표성
에 문제가 있다는 재정경제원의 요구가 워낙 강했던 탓이다.

<> 타협의 문제점

=가장 큰 문제는 대표성이다.

진로그룹의 경우에서 보듯이 총여신중 종금사 등 제2금융권 여신이 은행여신
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은행들끼리만 부실기업처리를 결정하게 됐다.

진로그룹의 경우 은행권 여신은 1조2천억원으로 종금.보험의 1조7천억원에
훨씬 못미친다.

경제논리상 모순이 아닐수 없다.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보험사 증권사 신용금고 파이낸스사 할부금융사 등의
채권행사 가능성도 문제다.

이들이 민사소송등 재산권행사에 나설경우 협약의 효력은 반감될수 밖에
없다.

종금사 등 제2금융권의 조기채권회수도 문제다.

부실징후기업처리에 어떤 의사도 반영할수 없게된 종금사등이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한 조기채권회수에 나서면 기업자금난은 더욱 심화될수
있다.

<< 금융기관 협약 일지 >>

4월12일 부총리 은감원장 은행연합회장 7개 은행장 조찬모임
(은감원장 협약 초안 연합회장에게 전달)

15일 11개 은행장 협약안 제정

18일 35개 은행장 협약 의결
종금사 "추가여신 제외"를 가입 전제조건으로 제시

19일 어음교환소 규약 개정

21일 협약 발효, 진로그룹 대표자회의 소집통보

24일 종금사 사장단 전제조건 불충족시 불참 결의

25일 은행, 종금 타협안 합의

28일 협약 개정(예정) 진로그룹 채권은행장 회의(예정)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