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구미공장 차문순(50)씨.

회사에서의 직급은 대리이지만 외부에서 당당한 "교수"다.

환경분야 명장 1호인 차대리는 폐수처리에 관한한 박사급이다.

그가 만든 폐수처리시스템을 배우러 공장을 찾는 대구 보건전문대
계명전문대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그의 몫이다.

명장 심사과정에서 대학교수들이 "최종학력이 고졸인 당신이 정말
이 장치를 개발했느냐"고 몇번씩 되물었던 폐수처리장치는 미생물 부양용
산소를 자동으로 유입하는 것.

폐수처리장 안에 산소량을 측정하는 센서를 부착한 뒤 산소주입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BOD)기준치인 70PPM의 10분의 1수준인 7PPM의
청정도를 유지한 폐수를 방출할 수 있는 첨단장치다.

이 장치의 우수성은 코오롱그룹이 대구 성서,구미 경산 등 그룹내
전 계열사에 확대적용하고 있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구미공장 한군데서만 연간 4천5백만원의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이밖에도 공정에서 방출되는 폐열을 회수해 뜨거운 물을 공급하는
장치를 비롯 차대리의 손을 거쳐 나온 각종 기술들로 회사가 얻고 있는
원가절감액수만도 연간 3억원을 육박한다.

"폐수처리 보일러 에너지관리등에서 골고루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기술개발의 큰 힘이
됐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몸으로 익힌 지식을 종합하니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개발할 수 있더군요" 차대리는 경험보다 큰 지식이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후배사원들에게 가르쳐주는 데도 열심이다.

"겨울철이면 손바닥 껍질이 벗겨져요.

유독성분이 많은 폐수를 만져온 탓입니다.

하지만 내 삶을 안정시켜준 회사에 작으나마 공헌을 했다고 생각하면
후회는 없어요"

차대리는 요즘 젊은 시절부터 만들어온 기술보고서를 정리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후배들에게 경험으로 익힌 기술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면 아무리 첨단기술이
나온다 해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현장근로자들의 기술개발력을 높여야 기업도 살아납니다"

그는 기술개발만이 경제전쟁시대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