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이 빠르면 이번 주말께 당헌.당규 개정소위를 발족, 본격적인
대통령후보 경선체제로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회창 대표의 경선전
대표직 사퇴여부를 놓고 대선주자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대표는 김영삼 대통령의 "선례"를 들어 대표직을 유지한채 경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반면 나머지 대선주자들은 공정경선을
위해서는 대표직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이대표는 일시 직무정지를 감수하더라도 대표직을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대표는 경선전 대표직 사퇴는 있을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공정경선을 위해 대표직무정지를 받아들이는 한이 있어도 경선
과정에서 대표직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청와대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대표는 경선전에 대표직을 사퇴해 다른 인사가 대표가
되더라도 불공정 경선시비가 빚어질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표직 고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선전 대표직무정지가 이뤄질 경우 경선과정과 전당대회 때까지 사무총장이
당무를 대행하게 될 것이라는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관계자들은 이대표가 "대표직 임면은 총재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그 뜻에 따르겠다"며 대표직 사퇴종용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이번에 밀리면
대세론이 퇴조하면서 승산을 낙관할수 없는데다가 앞으로 당내입지조차 확보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찬종 이한동 고문 등은 연일 경선전 대표직 사퇴를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박고문은 "공무원이 선거에 나설때 공직을 3~6개월전에 사퇴하듯이
이대표도 공정경선을 위해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이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사무총장 보다는 중립적인 인사가 대표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표가 "김대통령은 92년 민자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에서 대표최고위원직을 갖고 경선에 출마한 선례가 있다"고 주장한데 대해
"나쁜 선례는 바꿔가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고문도 이대표의 행태를 "아마튜어리즘"으로 격하하면서 "동일선상에서의
대결"을 촉구하고 있다.

최형우 고문지지그룹인 ''온산을 생각하는 대책회의''는 이날 "8월 중순이후
경선을 실시해도 늦지 않다"면서 "이대표가 경선에 참여하려면 경선 60일전에
당직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와관련, 김대통령과 이대표는 5월1일 주례 당무보고에서 경선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