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준 <금융연수원 교수>

정부가 현안 경제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중소기업창업에서 찾기로 한 것
같다.

그간 여러차례 발표된 정부의 경제대책은 창업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미시적 대책들이 핵심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 내용이 과거에 비해 진전된 것이기는 하나 현재 중소기업
창업의 최대 애로요인인 규제와 금융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우선 창업에 다른 규제 문제에 있어서는 무조건 규제를 최대한 없애주어야
한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 규제가 일선기관에서 맹목적인 권한을 행사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환경오염 등 불법행위 방지, 소비자 보호, 정부지원자금의
효과적 배분 등 나름대로 필요성이 인정되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규제를 하지 말라는 것은 담당 공무원에게 직무유기를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자면 농공단지에 공장을 지으면 정부의 자금지원이 뒤따르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공장신설, 설비도입 등 각 단계마다 허가나 현장확인보고를 하게
되어 있는 데 이 절차를 없애면 서류상으로 공장을 짓고 자금을 횡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기업주 입장에서는 모든게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무슨 절차가
그리 복잡하느냐고 항변하지만 담당 공무원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나중에
문제가 되면 공직생명과 관계될 수 있다.

즉 현재의 문제는 규제를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규제대상이 되는
행위가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는 책임을 전부 기업에게 부담시키는
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담을 공무원들이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각 부처 및 기관에 창업지원관 제도를 도입하는 이들의 업무실적을
원중 신규창업 상담 및 추진건수, 금액 등으로 단순 계량화하여 평가하는
것이다.

각 대학 및 연구소에도 정부의 유휴인력을 창업지원관으로 파견하여
그 실적을 부처별로 집계하고 이것을 매월 대통령이 주재하는 가칭
창업진흥확대회의에서 점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과거 수출진흥확대회의에서 했던 것처럼 모범창업지원
사례 및 애로사항을 발표하게 함으로써 공무원들이 자신의 소관
규제업무에 충실하는 것에 비해 창업지원 실적이 더 높게 평가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한다.

다분히 관료적 발상이라고 하겠지만 공무원에게 규제완화의 메리트를
주어 자발적으로 규제완화에 참여하게 하지 않고서는 창업지원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창업을 위한 금융지원 문제도 금융기관에게 일정대출 비율을 강제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돈가진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유망기업을
찾아나서도록 하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내책주에 에인절 투자자제도와 주식 3부시장 개설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정도로는 부족하다.

사실 개인투자자가 직접 창업기업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거래비용 및
투자정보분석 능력 등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전 증권사, 투자신탁사 및 투자자문에 창업투자 신탁펀드의 발매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창업 중소기업을 위한 등록 및 시장요건을 별도로 만들어 이들
기업의 주식 및 채권발행을 무제한 허용하여야 한다.

당국에서는 투자자보호의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들 주식 및 채권
또는 신탁편드에 투자하는 위험에 관한 정보가 사전에 충분히 공시되는가만
엄겨하게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단 창업투자 펀드의 발매가 허용된 기관에게는 매일 매매율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여 투자자가 현금화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창업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기관이 증권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주식을 매매하거나 입찰을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를 고쳐야
할 것이다.

일례로 창업투자사에게 자신이 지원하는 기업의 주식매매 주문을
컴퓨터통신이나 자체 시스템등을 통해 접수하여 체결시켜 줄 수 있도록
하거나 매일 한번정도 입찰경매를 허요하는 것이다.

현재 증권업협회에 장외주식거래 시스템이 있으나 이것은 매매주문을
받아서 체결시켜 주는 소극적 방식으로서 증권사나 창업투자사가 적극적인
시장조성기능을 수행할 수가 없다.

창업기업 주식및 채권의 시장조성 시스템이 도입되면 미국의 나스닥이나
영국의 시이크시스템처럼 기업별 전문달러가 생겨날 것이며 이에 따라
창업기업 전문분석기관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금융산업 영역구분 문제와 단일증권거래소 체제유지 문제, 투자자보호
문제 등이 발생하겠지만 창업활성화에 따른 경제활력 회복 및 실업문제
해소의 긍정적 효과와 비교해볼 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