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과 무한경쟁의 파고가 나날이 거세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경제는 각종 구조적 병폐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노동법 개정파문이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경직적인 노동시장의 변화 필요성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그렇지않아도 한보 삼미 등 굵직굵직한 부도사태로 취약한 국내 금융
시장은 어느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독경상학회(회장 유임수)는 지난 26일 이화여대 경영관홀에서 "자본과
노동-갈등이냐 보완이냐"라는 주제로 춘계학술세미나를 열어 최근의 주요
이슈들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주요내용을 요약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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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형근로시간제 도입 당위성 ]

강용탁 < 경영전략연 수석연구원 >

최근 정리해고제 복수노조 변형근로시간제 등 노동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개월 단위 주 56시간의 변형근로시간제를 시행할 경우
임금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변형근로시간제가 종업원의 임금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는 67년 독일의 항공우주공학회사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70년대부터 전문직 종사자와 고급기술관리직을 중심으로 유럽의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도입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인사파괴"라는 개념하에 격주휴무제 조기출퇴근제
등 변형근로시간제가 대기업 및 국가기관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고용시간의 지속 및 배분을 기업
종업원 및 고객의 수요에 맞추어 최적화하는 제도로 정의된다.

변형근로시간제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유형 중에서 현실적으로 중요성을 가지는 제도로서 탄력근로제를
들 수 있다.

탄력근로제는 근로시간을 모든 종업원이 의무적으로 출근해 있어야 하는
핵심시간대(Core Time)와 종업원들이 자유로이 출퇴근을 결정할 수 있는
탄력시간대(Flexible Time)로 나누어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핵심시간대를 정해놓지 않고 전근로시간을 탄력시간대로
운용되는 경우도 많다.

탄력근로제의 특징은 실질적인 법정근로시간을 단축시키거나 초과근무에
대하여 초과근무수당없이 단지 정해진 기준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데 있다.

탄력근로제는 70년대 독일에서 먼저 도입됐고 미국에서는 72년 컨트롤
데이타사를 시작으로 보급됐다.

일본의 경우에는 88년 노동기준법 개정이후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90년대에 들어오면서 탄력근로제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컴퓨터업계 제약사연구소 및 기타 연구소 등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94년 이후로는 일부 대기업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변형근로시간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든 서구기업들의 경우 정보화 및
경제서비스화의 진전, 노동의 다양성 심화, 가치관의 변화, 실업증가 및
노동시간단축 등 기업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이러한 선진국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기업들에 있어서도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은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변형근로시간제는 기업의 탄력성을 제고하고 생산성 증가 및 인건비절감
효과를 가져옴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종업원의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경제적 입장에서는 고용창출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물론 변형근로시간제에 따른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지만
운영의 묘를 살릴때 부정적 효과는 이러한 제도가 가져오는 장점보다는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BMW BASF 등 독일기업의 사례를 살펴보면 변형근로시간제의 시행은 더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로 받아 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임금과 종업원복지지향적인 노동관계법으로 인해 극도의 인력
정책의 경직성에 시달리는 독일기업들에 있어 변형근로시간제는 노동의
신축성을 되돌려 줌으로써 기업경쟁력제고의 돌파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동남아의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인 고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효율적인 시간관리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는데 대해서는 이미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 정리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