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골프에서 "역전승 역전패"가 대유행이다.

김종덕과 고우순의 일본 남녀투어 대역전승을 비롯, 금년시즌 국내오픈
남녀대회도 모두 역전 승부로 판가름났다.

지난주의 미국 PGA투어나 유러피언 투어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투어 그레이터 그린스보로 클래식도 연장역전이었고 유럽의
스패니오픈 역시 그레그 노먼의 연장 역전패로 끝났다.

지난해 매스터즈에서 노먼의 6타차가 뒤집어진 이래 선수들의 "막판
뒤집기"가 예삿일 처럼 성행하고 있는 것.

요즘의 역전 드라마를 모아본다.

<>김종덕의 18번홀 10m 샌드웨지 칩샷이 극적으로 버디가 되기는 했지만
사실 승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조의 마루야마 시게키 (일본)가 파를 잡기만 하면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가기 때문.

김으로서는 연장전이 유리할 게 전혀 없는 상황으로 봐야했다.

그러나 마루야마는 최종홀 보기를 피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3라운드
까지의 6타차가 뒤집어졌다.

김의 68타와 마루야마의 75타는 딱 7타차.

지난 19일 끝난 캠브리지오픈에서도 박남신은 3라운드 선두 권오철과의
6타차를 뒤엎으며 우승했었다.

3라운드까지의 6타차는 이제 "역전의 유행스코어"가 된 느낌.

<>27일 끝난 미투어대회 그린스보로 클래식 (노스 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GC)에서 브래드 팩슨 (미국)은 두번이나 승기를 잃었다.

16번홀까지 1타차 선두였던 그는 17번홀의 3온2퍼트 보기로 프랭크
노빌로 (뉴질랜드)에 동타를 허용했다.

비가와서 잔디가 젖어 있기는 했지만 그의 약 10m 서드샷은 파세이브로
연결해야 했다.

연장 첫홀에서도 팩슨은 핀 12m까지 접근, 50야드 서드샷을 해야했던
노빌로보다 훨씬 유리했다.

그러나 노빌로가 그 서드샷을 2.4m로 붙이자 팩슨의 짧은 어프로치는
3m 떨어졌다.

그 3m를 넣으면 다시 팩슨이 유리한 상황.

그러나 팩슨의 퍼트는 홀컵을 스쳤고 골프의 영원한 속성대로 노빌로는
그 2.4m를 넣었다.

기록으로보나 지명도로 보나 한 수위의 팩슨 역시 "역전의 유행"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던 모양.

두선수의 4라운드 합계는 14언더파 274타였다.

<>26일의 톰보이여자오픈 최종일 경기도 숨막히는 역전 승부.

김미현은 5홀을 남기고 3타차 선두로 절반쯤은 우승 예약이었다.

그러나 김은 14번홀부터 3연속 3퍼트 보기였고 16번홀에서 정일미가
버디를 잡자 순식간에 동타가 됐다.

거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었다.

문제는 연장전.

18번홀 (파5,501야드)의 연장 첫홀경기에서 정일미는 35m 서드샷을 남긴
반면 김미현은 두타만에 그린 에이프런에 올렸다.

온그린까지는 불과 20cm가 모지란 상황으로 2퍼팅 버디가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김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퍼팅대신 칩샷을 시도했고 그 게
뒷땅이 되며 홀에서 4m나 짧았다.

두 선수 모두 파.

같은 홀에서 벌어진 연장 두번째 홀에서는 정일미가 서드샷을 핀 50cm에
붙이며 버디 우승을 낚아챘다.

<>유럽도 미국 한국 일본의 역전 소용돌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27일의 스패니시오픈 (스페인의 라모랄리아 코스)에서 3라운드 선두
그레그 노먼은 연장 3번째홀에서 영국의 마크 제임스에 역전패했다.

노먼은 3m 파퍼트를 실패,보기였고 제임스는 투온후 12m 거리를
투퍼트로 끝내 파를 잡았다.

두선수는 이날 11언더파 277타로 연장에 돌입했었다.

노먼은 이날 2위로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뒤찾았지만 "끊임 없는 연장
역전패"가 훨씬 더 아팠을 것은 틀림없다.

<>일방적 승리는 올 매스터즈에서의 타이거 우즈가 상징적.

이는 우즈의 기량이 발군임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러나 세계 어떤 대회든 올해의 3라운드 선두들은 일대 유행을 타고
있는 "최종라운드 역전"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