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7개국(G-7)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은 일요일인 27일 워싱턴에
모였다.

"과도한 엔약세(달러강세)"라는 최근의 환율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6시간의 회의끝에 내놓은 5쪽짜리 처방전은 "환율안정을 위해
각국이 긴밀하게 협력한다"는게 골자.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회의후 처음 열린 도쿄시장(28일)에서 달러화는 1백27.10엔까지 올랐다.

지난 금요일(1백25.86엔)보다 무려 1.14엔 오르는등 엔약세(달러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G-7의 처방전이 "기대이하"라는 평가탓이다.

물론 이번 G-7논의가 "약발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논의의 내용을 잘 뜯어보면 의미심장한 것들이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시적 충격요법은 못될지라도 장기적인 보약투여같은 효과는 볼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같은 낙관적 기대는 이번 G-7합의가 추상적인 미사여구나열에서 한걸음
더 나가 구체적인 행동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는 점이다.

이는 G-7회의에 앞서 열린 미.일 재무장관회담에서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

루빈 미재무장관과 미쯔즈카 일본대장상은 환율움직임에 대해 논의하면서
"두나라가 금융과 경제분야에서 강력한 협조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시작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환율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며 수십억달러를 외환시장에 쏟아 부을 것이란
얘기도 나눴다는게 월스트리트에 나도는 얘기다.

이런 미.일간의 협의사항은 G-7 공동성명에서는 "시장상황을 주시하고
적절히 협력할 것"이라고 표현됐다.

결국 이번 G-7회담의 최대 성과는 "미국의 시장개입"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으로 평가된다.

"두나라의 공동개입은 일본 혼자만의 개입보다 훨씬 파괴력 있을 것"
(데이비드 존스 랜스톤컨설팅사 경제분석담당)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루빈은 그동안 환율안정을 위한 미국의 개입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부인해
왔었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과연
미국이 개입할까"라는 의구심이 외환딜러들 사이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플레를 막아주는 강한 달러정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G-7 공동성명발표이후 적절한 환율수준을 묻는 기자들에게 "어느수준이
적절한지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의 달러수준에 만족한다"
고 말한 루빈의 말도 이를 뒷바침해 준다.

클린턴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하시모토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대일무역적자
축소를 위해서도 환율조정보다는 일본의 경제정책을 수출지향적에서 내수
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압력을 강하게 집어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G-7 국가들의 속마음이 일치하지 않는 것도 "협의"가 쉽게 준수될지는
못할 것임을 보여준다.

독일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한스 티에트메이어총재 "독일은 달러화에
대한 마르크화의 약세가 시정되기를 원한다"면서 달러약세를 주장했다.

안토니오 파지오 이탈리아중앙은행총재는 "달러강세를 막자던 지난 2월
베를린 G-7회의후에도 달러강세는 지속됐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할 정도다.

달러화안정의 길이 평탄치만은 않을 것같다.

< G7 공동성명 요지 >

"G7은 대규모 대외무역 불균형(large external imbalances)을 초래하는
환율변동을 막는 것에 것이 노력한다.

환율의 지나친 변동과 각국의 경제적 기본조건으로부터 심각한 일탈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향후 환율변화를 감시하며 환율안정을 위해 국제외환시장에서 공동
협력키로 한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