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양재IC에서 서울 강남으로 들어가는 경부고속도로 구간에는 차량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늘어선 차량속에서 트럭등 화물차량은 10대중 한두대에 불과했다.

경부고속도로가 화물수송 능력을 잃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70년 개통된 1호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는 육상 물류수송의 기본
도로로 산업 대동맥 역할을 해왔다.

국토개발의 중심축으로 지역과 지역, 생산지및 제조업체와 소비시장을
연결해 경제발전을 선도했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을 기점으로 부산시 금정구 구서동
을 연결하는 총연장 4백28km 구간이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량 8억3천9백8만7천대중 33.6%인 2억8천1백61만4천대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했다.

9개 고속도로 총교통량의 3분의1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경부고속도로가 경제발전에 미친 영향은 크다.

통행비용 절감측면에서 경부고속도로는 국민총생산(GNP)의 2.72%에 해당
하는 8조2천4백34억원(94년 불변가격기준)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이 산업발전의 중추 역할을 해온 경부고속도로는 90년대 들어 고속도로
의 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다.

4시간 반이면 가능했던 서울~부산간 소요시간이 점차 길어져 요즘에는
평일 7~8시간, 주말에는 10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승용차들의 급증으로 화물차들은 아예 고속도로 이용을 포기해
물류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94년 경부고속도로의 일일 평균 교통량은
7만1천대로 설계 당시 상정한 적정 교통량 7만대선을 넘은 상태다.

"지난 90년대 중반이후 경부고속도로는 고속도로 기능을 잃었다고 봅니다.
설날 추석등 공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상습 정체구간 증가로 고속도로 전체
가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어요"

도로공사 교통종합상황실의 황규관 과장은 시급한 대책마련이 없이는
고속도로의 기능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나 업계의 전문가들은 상습 정체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간별 확장공사나 운영제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화물차의 전용차선 진입제도를 도입하려다 백지화한 것도 현재 기반
시설속에 운영제도 개선만으로는 기능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솔직히 말해 경부고속도로의 정체를 해결할 묘안은 없어요. 경부고속철도
를 계획대로 오는 2001년 완공한뒤 현 고속도로는 화물차 운송 중심으로
두는게 기본 계획인데 기본 틀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홍성욱박사(물류실장)는 운영제도도 개선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종합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우선 상습 정체구간인 <>청원~회덕~비룡 <>구미~동대구 <>동대구~
경주 <>언양~부산간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화물자동차 전용 휴게소를 건설하고 경부선유휴부지에 물류시설을 건설,
공동물류를 통한 화물차 공차율을 줄인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특히 대도시 인근에서 승용차의 이용 폭주에 따른 구간별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단거리 구간의 통행료를 대폭 올리고 장거리및 화물차의 통행료는
내리는 방안등을 추진중이다.

부실시공이 드러난 경부고속철도 대신 제2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