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대출 비리 의혹과 관련, 검찰의 조사를 받고 국회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석태 전제일은행 상무(59)가 28일 오후3시10분께 서울 마포구
망원1동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박씨의 3녀 은영양(23)은 "오후 3시35분께 외출을 했다가 돌아와보니
평상복 바지와 회색 T셔츠 차림을 한 아버지가 2층으로 향하는 계단 밑에서
나이론끈이 목에 감긴채 웅크린 자세로 쓰러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가 서재에 남겨 놓은 유서에는 "지영엄마 미안하오. 제일은행
임직원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여보 화장해 주시오"라는 짤막한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시체를 처음으로 검안한 의사 윤진렬(소아과원장.51)씨는 "도착했을 때
이미 동공이 풀려 있었고 시체강직이 시작되고 있어 사망 추정시간은 오후
3시10분쯤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씨가 검찰 소환조사와 청문회 참석이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박씨가 한보사태의
중압감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자살 동기를 조사중이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