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기업들의 잇단 부도로 CP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CP의 최대매수처인 은행 신탁계정은 이번 진로 CP에서도 5천억원이나 물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CP 매입을 꺼리고 있다.

결국 CP 매출도 줄어들고 잔액은 이달들어서만도 4조원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CP는 그동안 은행신탁계정에는 가장 좋은 투자대상이었다.

기간이 단기간이면서도 금리는 회사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또 은행신탁계정은 대부분 대기업이 발행한 CP를 취급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적었다.

그러나 잇단 대형부도사건이 나면서 은행들 사이에서는 CP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0대그룹 중에서도 K나 D사가 내놓은 CP는 아무리
수익률이 좋아도 인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P는 원칙적으로 무보증이어서 발행기업이 부도날 경우 신탁계정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 직접 피해가 간다.

은행신탁계정은 만일의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종금사로부터 지급보증을
받고 있지만 이는 종금사 운영준칙상 금지된 일이다.

재경원은 지난 95년초 덕산그룹 부도로 상당수 종금사가 CP에 대해 지급
보증한 것이 드러난 이후 지속적으로 지급보증 금지를 지도해오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은행신탁계정이 CP 인수때 무담보라는 이유로 이자는
높게 받으면서 종금사의 지급보증을 담보로 챙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종금사가 할인한 CP물량의 절반수준인 30조원어치 정도를 사갈 만큼 CP시장
의 큰손인 은행신탁계정의 투자위축으로 CP시장 위축이 가시화 되고 있다.

실제로 종금사가 할인한 CP 가운데 은행신탁계정을 비롯해 개인이나 법인
등에 팔린 물량, 즉 CP 매출규모는 이달들어서만 4조1천8백92억원(25일 현재)
이나 크게 줄었다.

종금사는 CP를 제때 팔지 못함에 따라 보유어음이 늘고 이에 따른 신규할인
여력이 줄면서 CP 할인을 줄이고 있다.

종금사의 CP 할인은 이달 들어서만 1조5천2백90억원 감소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