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장례식은 30일 오전 8시 삼성의료원에서
치뤄질 예정이다.

제일은행은 현직 임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은행장을 치뤄줄 수는
없지만 실제로는 은행에서 모든 장례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무는 그러나 유언과는 달리 용인에 소재한 천주교 공원묘지에 묻힐
예정이다.

유족들이 "천수를 다하지 않고 돌아가셨기 때문에 고인의 유언에 어긋나지만
화장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상무의 애틋한 죽음을 기리는듯 봄비까지 촉촉히 내린 29일 금융계는
박상무의 사망소식에 온통 침통한 분위기였다.

제일은행 직원들은 묵묵히 맡은 일만 처리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은 "아까운 사람이 갔다"며 "가치관과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커 심한
충격을 받은 것같다"고 볼멘소리로 울먹였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보로 세상이 시끄럽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며 "청빈하고 소박한 한 은행원이 죽음으로써 말하려고 했던
것을 모두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박전상무의 죽음을 계기로 은행원들의 "대출 기피증"이
더 심해지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은행 임직원들은 한보사건이 터진후 현실적인 한계는 무시된채 대출과정의
투명성과 적법성만이 집중적으로 거론되자 보신주의로 일관, 극도로 책임지길
싫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됐고 그 결과로서
부도율로 장영자 사건이후 15년만에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관계자들은 박상무의 죽음으로 심리적 타격을 받은 은행원들이 준법대출
이라는 원칙만을 고집할 경우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무는 임원시절중 "한보대출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조직의 결정은
따라지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