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이제는 "삶의 질"을 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보편화됐다.

일보다는 여가를 중시하고 소비도 고급화되는 등 우리사회의 가치기준이
급격히 변해왔다.

이러다보니 과거 경제성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높은 저축률도 매년 급감
추세를 보여 우리나라의 투자재원자립도는 최근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높은 투자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재원을 확보하려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에서 돈을 끌어올 수밖에 없어 외채만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도 저축이 투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최근 "투자재원자립도와 외채"라는 보고서를 통해
투자재원자립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나라의 최대 현안은 외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 내용을 요약한다.

=====================================================================

지난해 우리나라의 투자재원자립도는 지난 82년이후 14년만에 처음으로
80%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89.6%로 내려앉은 투자재원자립도는 지난 82년 87.4%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현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출범 당시인 93년 100.9%
에서 3년만인 지난해에는 무려 11.3%포인트나 낮아졌다.

투자재원자립도란 총저축률을 총투자율로 나눈 것으로 한 나라가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얼마나 자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가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따라서 투자에 비해 저축이 부족하면 그만큼 해외차입에 의존해야 하므로
투자재원자립도가 낮을수록 외채가 늘어나게 된다.

통상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개발 초기단계에 있어서는 높은 저축률에도
불구, 이를 초과하는 투자로 인해 투자재원자립도가 낮다.

그러나 경제발전 단계가 일정수준에 도달한 후에도 투자가 지속되어
투자재원자립도가 낮아질 경우 투자내용에 있어서 초기단계와 같이 경쟁력
혹은 성장력 배양차원보다 설비능력 확장에 치중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즉 단순한 설비능력 투자는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기진폭을 크게 하기 때문에 국가경제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더욱이 개방과 함께 국민들의 개발과정에서 억제된 소비욕구의 분출로
저축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외채문제가 재차 부각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개발 초기단계에 있어서는 투자재원자립도가 떨어지고 외채가
증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저축률 유지와 투자의 질적조정을
통해 투자재원자립도를 제고시켜 나가야 외채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의
안정성과 경제주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문민정부들어 투자재원자립도가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저축률은
낮아지는데 반해 투자는 단순히 설비능력 확장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93년 35.4%에서 95년엔 36.7%까지 높아졌으나
지난해에는 34.5%로 급락했다.

반면 총투자율은 93년 35.1%, 95년 37.1%에서 지난해엔 38.5%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투자내용은 외형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됐다.

중장기적인 생산성 및 경쟁력 제고와 관련된 합리화 투자는 93년 21.8%
에서 지난해엔 16.5%로 위축됐다.

연구개발 투자도 93년 7.5%에서 96년엔 6.4%로 줄어들었다.

반면 단순한 설비확충투자는 93년 58.1%에서 지난해엔 64.9%로 증가했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투자재원자립도는 아시아 개도국은 물론 중남미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투자재원자립도(89.6%)는 우리나라와 경제발전 단계가
비슷한 싱가포르(137.2%)와 대만(118.1%)에 비해 크게 낮았다.

더군다나 90년대들어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에 비해서도 투자재원자립도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멕시코의 투자재원자립도는 132.9%를 기록, 93년의 81.9%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아르헨티나도 93년 90.1%에서 지난해엔 97.6%로 급등했다.

한편 지난해 이후 투자재원자립도가 악화된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 등에서는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투자재원자립도는 회원국 대부분이 경제발전 단계상 성숙
단계에 들어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에 비해서도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지난해 투자재원자립도가 무려 224.2%를 기록,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밖에 노르웨이(150.7%) 핀란드(140.6%) 덴마크(131.1%) 스웨덴(130.6%)
벨기에(123.2%) 등도 우리나라의 투자재원자립도를 훨씬 상회했다.

일본도 지난해 투자재원자립도가 97.1%를 기록,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기존의 24개 OECD회원국중 지난해 투자재원자립도가 우리나라보다
낮은 국가는 미국(84.8%) 영국(84.1%) 뉴질랜드(88.5%) 포르투갈(65.9%) 등
7개국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들어 투자재원자립도가 낮아지고 있는 미국 영국 뉴질랜드 등은
정보통신 등 첨단기술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 우리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투자재원자립도가 이처럼 급락하면서 만성적인 경상수지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들어서는 외채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투자재원자립도가 크게 낮아진 지난해의 경우 경상수지적자가
2백37억달러에 절대규모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2위의 적자대국으로 전락했다.

이에따라 외채도 크게 증가해 지난해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총외채는
1천45억달러로 GDP(국내총생산)의 21%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00년까지 저축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투자재원자립도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 노무라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6년에서 2000년까지
우리나라의 총투자율은 평균 36.2%로 현 수준이 유지될 것이나 총저축률은
31.8%로 떨어져 투자재원자립도가 87%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노무라연구소의 전망을 전제로 할때 향후 우리나라가 외자유입상의 문제가
없을 경우 즉, 외국기관으로부터 자금차입이 순조로울 경우 2000년에 가서
우리나라의 외채는 2천억달러에 달해 GDP의 28~29%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이 외국에서 자본을 차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경우 투자나 수입억제, 저축증대 등 우리 경제내에서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외채규모는 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외채의 절대규모뿐만 아니라 외채의 질적 내용을 건실하게
조정하는 외채관리가 차기정권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이는 투자재원자립도가 단기적으로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데다 경기회복과
경제구조조정과정에서 외국자본이 불가피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외채의 절대규모를 줄여나가는 노력과 함께 필요한 외자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대외신인도 유지, 환율안정, 기업이미지 제고 등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추진될 금융시장 및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도사태 등으로 대외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급진적
개혁보다는 기존의 경제관행과 행태가 존중되는 점진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환율정책에 있어서는 환율이 급격히 절하될 경우 환차손 문제로 인해
필요한 외자를 도입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동남아 국가와 같이 환율안정
위주의 외환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치권의 혼란상태 지속과 정치논리 우선의 경제정책이 계속될
경우에 대비해 현재 세계시장 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비교적 신인도가 높은
기업을 통해 아웃소싱하는 방법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재원자립도를 제고해 향후 경기회복 및 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에 대한 국내 동원능력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전제돼야 궁극적으로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를 줄여나갈 수 있는
동시에 개방화시대에서 우리경제의 안정성과 경제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우선 정부 혹은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과 성장력 배양을 위한 투자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투자를 억제해 나감으로써 전체적인 투자율을 줄이면서
투자의 질적 내용을 고도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까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 진행된 과도한 중복투자는 좋은
본보기이다.

동시에 총저축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저축위주로
세제.금융상의 혜택을 부여하고 재정수지는 당분간 균형 내지 잉여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 정리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