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롬 드라이브 배속경쟁의 승부사"

국산 CD롬 드라이브의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온 LG전자 CD롬설계실의 이동근 책임연구원(36)을 일컫는 말이다.

이책임연구원은 지난85년 LG에 입사한뒤 12년간 줄곧 12cm짜리 은반 CD를
요리하는 일에 몰두, LG전자를 이분야 선진업체로 발돋움시키는 주인공이
됐다.

특히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정보통신전시회인 97 Cebit에 세계
최고배속인 24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선보여 선진국업체를 놀라게했다.

"LG는 지난90년 외장형 1배속 CD롬 드라이브를 출시하면서 이분야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지난연말 16배속에서 외국의 선진업체를 따라잡았고
24배속은 선진업체를 앞질렀습니다"

이책임연구원은 지난 Cebit전시회에서 2-3개 업체가 24배속 제품을
전시했지만 개발이 끝나지 않은 모형상태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CD롬 드라이브의 개발을 선도해온 LG가 세계 무대에서도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가 지금의 멀티미디어연구소인 중앙연구소에 들어와 처음 맡은
일은 가전용 CD플레이어 개발업무였다.

12cm짜리 CD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기 시작한 첫걸음이었다.

CD롬 드라이브분야에 뛰어들어 빛으로 데이터를 읽어들이는 마법의
세계를 접한 것은 지난90년.

LG가 88년부터 진행해온 CD롬 드라이브 개발사업을 벌인지 2년쯤
지난때였다.

그는 지난90년 12월 자신이 개발에 참여한 1배속 CD롬 드라이브
3만대가 첫 선적되던 날의 감격을 오늘도 잊지못한다.

지난94년에는 2배속 제품으로 멀티미디어 기술대상을 받는 개가를
올리기도했다.

하지만 그같은 감동을 느낄 틈도 없이 후속제품 개발에 들어가는
숨가쁜 배속경쟁을 벌였다.

컴퓨터부품의 세계에서는 2등이 설땅은 너무나 좁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연초의 개발계획이 완전히 무시되기 일쑤다.

그는 당초 올하반기에 20배속을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계획을 갑자기 수정, 연초에 24배속을 전격 발표해버렸다.

시장환경이 바뀌고 있음을 감지한 것이다.

그는 이제 32배속이라는 극한의 제품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진업체를 따라잡는데 온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CD롬
드라이브의 세계시장을 이끌어가는 위치에 서겠다는 각오이다.

"CD롬 드라이브기술은 DVD롬 드라이브등 광학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있는 첨단기술입니다"

그는 CD롬 드라이브 기술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하며 CD롬 드라이브의
배속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열정은 LG의 CD롬 드라이브가 국내시장 점유율 70%가량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또 미국의 휴렛팩커드(HP)로부터 세계최우수 CD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성가를 얻는 밑거름이 됐다.

<김수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