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배달왕 타이틀 향방을 원점으로 돌렸다.

조훈현 9단은 30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4기 SK텔레콤배 배달왕기전
(한국경제신문 주최, SK텔레콤 후원) 도전5번기 제4국에서 이창호 배달왕을
맞아 1백93수만에 흑으로 불계승을 거두고 종합 2승2패를 기록, 승부를
최종5국으로 연장시켰다.

이날 1승2패에서 절대 물러설수 없다는 각오로 대국에 임한 조9단은
바꿔치기를 하는 등 특유의 발빠른 행마를 펼치며 이창호9단의 백기를
받아냈다.

대국초반은 3월에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2국모습을 연상케했다.

30수까지가 그 모습으로 거의 똑같다.

흑을 쥔 조훈현9단이 3,5,7로 미니 중국식 포석을 펼치자 이창호
배달왕은 화점포석으로 대응했다.

백은 우변에서 실리를 챙기고 흑은 하변에 세력을 구축했다.

LG배에서는 유창혁 9단이 흑을 잡았었다.

이어 흑은 좌상귀로 침투해 실리를 챙기면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었다.

그러나 조9단은 좌변 중앙에서 완착(흑65)을 범해 바둑은 혼전양상을
보였다.

검토실의 유창혁 9단은 "65를 우상귀에 지켰으면 조훈현 9단이 일찌감치
승기를 잡을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회를 포착한 이9단은 상변에서 실리를 챙긴뒤 곧바로 우상귀로
침투했다.

이곳에서 조9단은 상변중앙의 흑과 우상귀 백을 바꿔치기로 난타전을
매듭짓고 선수로 1백15를 두어 좌변에 집을 확보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비세를 느낀 이9단은 중앙으로 뻗으면서 흑집삭감에 나섰으나 완벽한
조9단의 응수에 돌을 던졌다.

마지막 5국은 8일 같은장소에서 열린다.

<>.조훈현 9단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동양증권배를 석권하면서 세계왕좌로 복귀한데 이어 지난28일엔
패왕전 타이틀을 방어했다.

세계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일지매" 유창혁 9단을 3승1패로 눌렀다.

응창기배를 거머쥐면서 이창호와 함께 "양창시대"를 연 유창혁의 예봉을
가볍게 처리한 것.

조9단은 이창호 9단과의 대결서도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올들어 총 12번을 싸워 6번을 이겼다.

승률 50%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패를 거듭,제자 이창호에 타이틀을 잇따라 내줬던 때를
비교하면 놀랄만한 성적이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