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은 요즘 괴롭다.

경영학 책들이 제시하는 위기대응방안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어떤 책에선 내실경영과 다운사우징을 외치는 반면 다른 책에선
기업매수합병 (M&A)을 통한 대형화와 공격경영을 주창하고 있다.

생산방식 측면에선 소품종 대량생산과 다품종 소량생산이 격돌하고 있고
인사관리 측면에선 서구적 개인위주 경영과 동양적 집단위주 경영이
맞서고 있다.

이런 상반된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개별 기업들이 어떤 경영
전략을 선택해야 경쟁력을 높일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본 책이 나왔다.

변지석 한양대 교수가 쓴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경영의 딜레마"
(한언.1만2천원)가 바로 그책.

"국내 기업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수한 기업들도 다각화와 대형화를
시도하다가 도산하는등 경영학교과서를 수십년간 장식했던 여러 원칙들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세기를 지배한 경영패러다임은 F W 테일러에
의해 완성된 "과학적 관리론".

노동행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예측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의 논리적 토대인 행위합리성과 예측가능성은 "혼돈이론"과
"나비효과" 등 현대과학에 의해 부정된다.

대신 무작위성과 우연성이 강조된다고 한다.

"현대경영학에는 일반론이 없으며 어떤 이론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할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철저한 사례분석만이 유용하지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변교수는 이 책에서 다양한 경영이론을 상호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경쟁이냐 제휴냐, 권한위임이냐 통제냐, 다각화냐 집중화냐, 소품종화냐
다품종화냐 등 13개 분야에서 상호대립되는 전략의 장단점을 살핀다.

또 각각의 이론을 적용한 국내외 기업의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추적, CEO (최고경영자)들이 자사에 맞는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변교수는 CEO들에게 상반되는 전략을 동시에 구사할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경쟁하면서 협력하고 중앙집권화하는 동시에 분권화해야 합니다.

대중화와 고객화, 큰 일과 작은 일을 동시에 고려하고 시도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반되는 전략의 장점만을 취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것이 가장 바람직하긴 하지만 실현불가능하다는게 변교수의 생각이다.

대신 그는 서로 모순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결정적인 시점에 하나를
택할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
박사학위를 받은 변교수는 대한항공 동아제약등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한국의 벤치마킹" "신경영 패러다임 10" 등 4권의 저서를 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