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저점을 둘러싼 논의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가 지나야할 불황의 터널은 아직 길고 멀다는 비관론이 우세하지만
일부에서는 "지금이 저점이며 곧 회복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중 수출은 전달에 비해 현저한 회복세를 보였다.

일부 업종의 수출및 내수경기도 다소 호전되는 추세라는 소식이다.

그러나 대부분기업이나 개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
이다.

재계나 금융계에 부는 "부도공포"도 가시지 않고 있다.

가열되는 저점논쟁속에 국내 주요 산업계의 경기실상은 어떠한지 업종별로
짚어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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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

업계는 일단 바닥을 벗어나 서서히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제품인 16메가D램 가격이 올해초 6달러선까지 하락했다가 9달러선으로
오른 것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을 주도하는 한국과 일본업체의 감산공조가 돈독, 당분간 가격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이 오른 만큼 채산성도 좋아질 전망이다.

월별수출도 2월의 10억7천4백만달러를 최저점으로 3월엔 12억8천1백만달러로
늘기 시작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도 경기는 좋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

반도체시장 분석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주수요처인 PC시장의 확대와
메모리용량증가로 D램반도체가 2000년까지 연평균 30% 가까운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업체들의 양산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지만 적어도 내년까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 김낙훈 기자 >

[[[ 조선 ]]]

작년말부터 시작된 수주호조가 올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다.

1.4분기에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물량은 1백67만t(총톤수.GT)으로 전년
동기의 62만t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조선경기가 호황이었던 94년의 1백만t, 95년의 1백10만t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수준이다.

유조선을 중심으로 해운경기가 좋아지며 선주들이 선박의 건조조건을 문의
하는 인콰이어리의 내도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93년 1억달러에 달하던 VLCC의 가격이 최근 8천2백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선가가 낮아 앞으로 얼마나 채산성을 맞춰가느냐가 경기회복
의 관건이 되고 있다.

< 이영훈 기자 >

[[[ 유화 ]]]

주수출품인 합성수지 수출가격이 연초의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불황에서
탈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PVC는 t당 8백40달러로 작년말보다 25%가 뛰었다.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HDPE(고밀도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등도
3~8%가 올랐다.

특히 유공 삼성종합화학 등 국내 5개업체와 동남아 일부 업체의 정기보수가
시작된 4월부터는 일부 제품에서 가수요까지 나타날 정도로 분위기가 호전
되고 있다.

업계는 미국과 일본이 자국 내수물량을 대느라 대동남아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어 수출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PS(폴리스티렌)등 일부 합성수지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의 수출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호황은 아직 멀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 권영설 기자 >

[[[ 철강 ]]]

이미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부터는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나온다.

세계 경기호조로 철강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국제시황도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국제철강협회(IISI)는 올해 전세계 조강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3.0%
늘어나는 반면 조강소비량은 3.3% 증가, 세계적인 철강 공급초과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분위기로 인해 작년 1.4분기 이후 내리막 길을 걷던 국내 철강경기
도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철강수출은 국제가격 회복의 영향으로 지난해 4.4분기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상반기중 작년 동기 대비 20.3%의 높은 신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 차병석 기자 >

[[[ 섬유 ]]]

수출이 다소 느는 기미가 있으나 경기가 뚜렷이 호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체들이 고부가화, 패션사업본격화, 해외생산기지확대 등으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아 국제경쟁력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브라질과의 통상현안타결, 미국시장의 경기회복, 중국 EU지역으로의 수출
확대 등이 큰 변수.

화섬은 원사수출이 늘겠지만 채산성이 쉽게 호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가장 큰 시장인 중국쪽의 사정이 변수가 되고 있다.

홍콩반환을 앞두고 직물수출 등이 안정돼가고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아직
불투명하다.

그밖에 브라질 등 남미시장,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시장으로 수출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직물업체의 부도가 부담스럽다.

면방은 나아지는 기미는 없으나 코마사 재고가 급속히 줄어 업체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생산해내는 물량이 늘어 제값을 받기는 힘든 실정이다.

< 채자영 기자 >

[[[ 자동차 ]]]

내수판매는 하반기들어 업체들의 신차출시와 대대적인 판매조건 완화책
등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1.4분기 내수판매가 작년 동기에 비해 20.6% 감소한데 이어 2.4분기
들어서도 무이자할부판매 등으로 감소폭은 다소 줄겠지만 전체적으로
상반기중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들어서는 현대자동차 경차등 잇따른 신차 출시로 시장확대가
예상되고 상용차부문의 경우도 건설경기 회복세등에 따라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내수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업체들의 해외 밀어내기로 상반기중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엔저에 따른 북미 서유럽등 주요 수출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일본 메이커들의 대대적인 가격인하공세로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 기자 >

[[[ 기계 ]]]

지난해의 경기불황과 기업의 설비투자 위축이 계속되며 기계산업 경기 역시
제자리걸음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4분기 공작기계 섬유기계 등 14개 주요 생산재를 만들어 내는
일반기계의 생산액은 1백12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0.6% 감소했다.

업계는 기계산업의 경기회복은 금년 하반기에 들어서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보통 각종 정책자금지원이 결정되는 3월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또 이때쯤이면 한보문제 등 정치적인 불안도 해소돼 기업의 투자의욕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계업체들이 중국 필리핀 동구권 등 개발도상국가에의 수출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 이영훈 기자 >

[[[ 중장비 ]]]

영종도신공항건설 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가 늘어나며
중장비산업 경기도 호전되고 있다.

굴삭기 크레인 등 중장비의 경우 매년 1.4분기엔 수요가 급증하다 4월부터
비수기로 돌아서는게 보통인데 올해는 수요가 지속돼 호경기를 점치게 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노후중장비의 대체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비의 수명을 7~8년으로 볼 때 주택건설 2백만호 정책이 실시됐던 지난
89~91년에 공급된 노후중장비를 올해는 대체할 시기라는 것이다.

기종별로는 굴삭기 로더 등 토목건설용 중장비가 호황을 누리는 반면
지게차 등 생산공장에서 쓰이는 물류용 장비는 침체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 이영훈 기자 >

[[[ 가전 ]]]

연초 의욕적으로 매출확대를 계획했던 가전업계는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이
지속되며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내수침체의 요인은 가전제품 보급률 포화로 시장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불황에 따른 구매력 감소로 소비자들이 신제품 구입을 늦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출도 엔저에 의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여전히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고 상황이 전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선 낙관적인 요인으로 에어컨 냉장고 등 백색가전제품의 수출이 지속적
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주요 공장의 해외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등 가전업계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국내 업체들이 애프터 서비스 등 비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수입가전제품에
대항하고 있는 점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이의철 기자 >

[[[ 시멘트 ]]]

국내 수급면에서 보면 불황이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여서 호황이라면 호황이랄 수 있었다.

문제는 제조 원가와 물류비 상승에 따른 채산성 악화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

시멘트 값이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어 채산성 개선은 판매호조
와는 무관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들어서도 내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등 시멘트 업계는 불황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건축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공 공사 조기
발주 등으로 시멘트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금년 시멘트 총수요(수출 포함)는 6천3백만t으로 국내 공급량
5천9백만t을 크게 웃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차병석 기자 >

[[[ 타이어 ]]]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세를 전망할만한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약간 증가했으나 올 목표치와 비교할땐
9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내수는 올초 자동차업체들의 파업과 불황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수요자들의 소비심리위축으로 대체용타이어 판매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 역시 세계 타이어시장이 공급초과의 몸살을 앓고 있어 거대 타이어
메이커들의 저가공세도 이어져 눈에 띄는 수출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등 신시장에 대한 공략에 나서기로해
올 4분기부터는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