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강성 한국기업평가(주) 사장과 장홍렬 한국신용정보(주)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한보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이들 기관이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평가보고서를 상반되게 작성한 경위가 초점이 됐다.

의원들은 이날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시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서를 근거로
했다"는 은행장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들 기관이 평가서 작성시 한보 및
대출은행 그리고 정치권에서 로비 또는 외압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한보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의 신용평가서를 작성한 한기평의 이사장은
이날 증언에서 "한보에 대한 17차례의 사업성 검토나 신용평가조사를 했으나
한보측으로부터 어떠한 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사장은 한보철강의 부도설이 나돈 지난 96년12월 한보철강의 회사채
신용평가 보고서를 회사측에 유리하게 작성한 것과 관련, "당시에는
"한보철강이 설마 부도나 나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 이었다"며 "당시
회사채가 발행됐으나 인수자가 없어 결국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지난 94년 9월 사업성 검토보고서에서 한보철강이 오는 99년이후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한 것에 대해서도 "한보가 당시
제출한 계획서에 있는대로 추진하지 않았다"며 "당시 총여신 규모를
2조6천억원으로 한정했는데 각 은행이 이를 개별은행의 한도액으로 착각한
것도 문제점이었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그러나 당시 신용평가기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의 끈질긴 추궁에 "실무진의 착오가 있었다"며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다.

이사장은 또 "현재의 금융구조는 신용평가 회사의 평가보다 은행자체의
심사부가 평가하는 것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김문수 의원의
지적에 "그렇다"고 답한뒤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보고서는 은행에서 참고로만
할 뿐이다"고 주장,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한보철강에 대해 부정적인 신용평가서를 작성한 한국신용정보의 장사장은
"한보측에서 일부 실무진에 대해 로비를 시도했으나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장사장은 "한보철강은 추전 손익계산서 등 각종 지표가 기대치이하여서
더이상 나은 평가가 나올 수 없었다"며 "당시 외부차입금이 너무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사장은 지난 94년 한보철강의 사업성 검토 보고서가 한기평과 상반된
결론이 나온 것에 대해, "분석을 의뢰한 제일은행측에서 당연히 문의가 있을
줄 았았으나 그렇지 않았다"며 "한보의 평가와 관련해 제일은행측에서
어떠한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특위는 이날 정태수 총회장의 비서 정분순씨를 신문할 예정이었으나
소재불명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내지 못해 무산됐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