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구의 중소기업 이야기] (5) '눈물의 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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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실내체육관과 주경기장 사이에 통로가 하나 있다.
이는 5개의 커다란 기둥으로 이어진다.
직경 1.5m에 높이 4.5m인 원통형 기둥.
에센시아의 신충식 사장은 이 기둥 가운데 주경기장에서 2번째 기둥을
"눈물의 기둥"이라 부른다.
지난해 5월 3일.
신사장은 이른 아침 참 비장한 마음으로 이 기둥 앞으로 출근했다.
이곳에서 3일간 TV중소기업백화점이 열려서다.
신사장은 바로 이 기둥아래 2평짜리 탁자하나를 얻었다.
당시 신사장의 신세는 너무나 궁핍한 상황이었다.
25명의 사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지 석달째.
살던 아파트는 6개월전에 처분당했고 사글세방 한칸도 얻을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는 고심끝에 회사소유의 9인승 승합차에서 기거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부인과 함께 승합차에 이불과 취사용품을 싣고 다니면서 여의도 윤중제나
한강고수부지에서 밥을 해먹고 잠도 잤다.
1주일뒤면 만사를 포기하고 회사를 폐업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았다.
창업한뒤 칫솔살균기를 개발하느라 전재산과 부모님의 아파트까지 팔아먹어
더이상 견딜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정말 마지막으로 기대할수 있는 거라곤 사흘간 열리는 중소기업백화점행사
에서 살균기가 왕창 팔는 것 뿐이었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는 이른 아침부터 2년간의 투자로
개발한 칫솔살균기 10박스를 가지고 둘째기둥 아래로 나왔다.
웬지 이날 만큼은 가슴이 설레었다.
뭔가 잘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중소기업백화점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깊은 실망에 빠지고 말았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다른 점포앞엔 사람들이 몰려 계속 팔려나가는데도 칫솔살균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끝장이구나"
신사장은 모든 것을 포기키로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추천으로 신문과 TV에 칫솔살균기를 소개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칫솔에서 병균이 우글거리는 사진이 매스컴을 통해 나가자 다음날 아침부터
주부들이 몰리들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둘째기둥까지 긴줄이 이어졌다.
두시간만에 가져온 제품이 동이났다.
두시간만에 신사장의 인생도 바뀌어졌다.
다음날도 트럭 3대분의 살균기를 싣고 왔으나 오전중에 다 나갔다.
에센시아는 백화점개점 이틀간 무려 2억원어치의 칫솔살균기를 팔았다.
이 전시회가 끝나는 날.
신사장은 이 둘째기둥을 끌어안고 끝없이 울었다.
신사장은 요즘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땐 텅빈 잠실 운동장을 혼자서 찾아간다.
둘째기둥에 기대면 새삼 눈물이 난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조용히 그때를 돌이키면 힘이 쏟는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
이는 5개의 커다란 기둥으로 이어진다.
직경 1.5m에 높이 4.5m인 원통형 기둥.
에센시아의 신충식 사장은 이 기둥 가운데 주경기장에서 2번째 기둥을
"눈물의 기둥"이라 부른다.
지난해 5월 3일.
신사장은 이른 아침 참 비장한 마음으로 이 기둥 앞으로 출근했다.
이곳에서 3일간 TV중소기업백화점이 열려서다.
신사장은 바로 이 기둥아래 2평짜리 탁자하나를 얻었다.
당시 신사장의 신세는 너무나 궁핍한 상황이었다.
25명의 사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지 석달째.
살던 아파트는 6개월전에 처분당했고 사글세방 한칸도 얻을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는 고심끝에 회사소유의 9인승 승합차에서 기거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부인과 함께 승합차에 이불과 취사용품을 싣고 다니면서 여의도 윤중제나
한강고수부지에서 밥을 해먹고 잠도 잤다.
1주일뒤면 만사를 포기하고 회사를 폐업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생기지 않았다.
창업한뒤 칫솔살균기를 개발하느라 전재산과 부모님의 아파트까지 팔아먹어
더이상 견딜 방법이 없는 상태였다.
정말 마지막으로 기대할수 있는 거라곤 사흘간 열리는 중소기업백화점행사
에서 살균기가 왕창 팔는 것 뿐이었다.
물에 빠져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는 이른 아침부터 2년간의 투자로
개발한 칫솔살균기 10박스를 가지고 둘째기둥 아래로 나왔다.
웬지 이날 만큼은 가슴이 설레었다.
뭔가 잘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중소기업백화점의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깊은 실망에 빠지고 말았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다른 점포앞엔 사람들이 몰려 계속 팔려나가는데도 칫솔살균기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끝장이구나"
신사장은 모든 것을 포기키로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추천으로 신문과 TV에 칫솔살균기를 소개할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칫솔에서 병균이 우글거리는 사진이 매스컴을 통해 나가자 다음날 아침부터
주부들이 몰리들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둘째기둥까지 긴줄이 이어졌다.
두시간만에 가져온 제품이 동이났다.
두시간만에 신사장의 인생도 바뀌어졌다.
다음날도 트럭 3대분의 살균기를 싣고 왔으나 오전중에 다 나갔다.
에센시아는 백화점개점 이틀간 무려 2억원어치의 칫솔살균기를 팔았다.
이 전시회가 끝나는 날.
신사장은 이 둘째기둥을 끌어안고 끝없이 울었다.
신사장은 요즘도 어려운 일이 생길 땐 텅빈 잠실 운동장을 혼자서 찾아간다.
둘째기둥에 기대면 새삼 눈물이 난다.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조용히 그때를 돌이키면 힘이 쏟는다.
<중소기업 전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