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우리는 해방이 되지요? 나는 그 지방덩어리 아줌마의 게슴츠레한
유혹을 더 이상 참고 보아줄 수가 없어요.

차라리 김영신의 애인이라고 소개되었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지영웅은 박사장, 아니 박물개를 닮은 그 여자가 자기방에 가운바람으로
망고랑 맛난 과일을 갖고 나타나서 너스레를 떨다가 가면 물개를 닮은 그
여사라도 겁탈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만큼 금욕생활에 진저리를 치기
시작했다.

말로는 김영신에게 협조하는 척 하면서도 그녀를 와락 덮치고 싶은
본능적 유혹에 정신이 가끔 아득해진다.

"제발 좀 저를 해방시켜주세유. 이건 차라리 린치를 하는 것입니다"

"저를 충분히 사랑한다고 하느님 앞에 맹세할 수 있어요?"

"사랑이요? 물론이지요. 그러니까 직장까지 휴가를 내고 따라나섰지요.
그러나 하나 물읍시다. 김사장님, 나하고 사랑을 해서는 무얼 합니까?"

그는 극기력을 잃고 어두운 살롱의 구석자리에서 애무를 하면서 볼부은
소리를 한다.

"남자들은 말입니다.짐승이라구요. 사랑같은 걸 안 하고도 얼마든지
여자를 안을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수녀님, 나는 억지로 수녀님의 말에
따르는 것이지, 이대로 놔두면요 물개고 집개고를 안 가리고 해치울 것
같아"

그는 지금까지 두르고 있던 신사의 포장을 찢어내면서 그녀의 검은 숲에
손을 깊숙이 틀어넣느라 반은 미치광이같이 되어 붉어진 얼굴로 하소연
한다.

김영신은 그가 야성적인 남자의 본능을 드러내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어쩌면 그녀 자신이 정말 불감증일까? 왜 이 황홀하도록 싱그러운
남자를 끌어안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불꽃이 튀지 않는 것일까?

견딜 수 없어진 지영웅은 탁자위에 놓인 데킬라 잔을 쭈욱 들이켜더니
그녀의 손으로 자기의 보물대감을 눌러서 만지게 하면서 그녀의 입술을
데일 듯이 뜨거운 입술로 눌러버린다.

실로 놀란 것은 김영신이다.

아무리 젊은 남자지만 너무도 본능적이고 야만적이다.

아직까지 지코치를 이렇게 본능에 솔직한 남자로는 보지 않았기 때문에
기절을 하면서 손을 빼다가 더욱 더 기절을 한다.

그의 상징이 자기의 지금 남편이나 전남편 어느 누구와도 비교가 안 되는
거포였기 때문에 칵 기가 질려버린다.

세상에는 이렇게 거대한 보물대감도 있었구나.

아무리 두번씩이나 결혼을 했어도 그녀는 아직 남자에 대해 환상과 꿈을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여자였다.

그는 사랑하면 결혼을 했고 싫어지면 깨끗이 이혼을 했었다.

남자들을 성의 대상으로 희롱하거나 혼외정사를 벌이는 탕녀는 아니었다.

바람을 피우는데도 격이 있고 낭만이란게 있는 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