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92년 대선자금의 공개문제를 둘러싸고 이전투구식의 공방전을
계속했다.

야권은 신한국당이 스스로 92년 대선자금의 내역을 공개할 것을 거듭 촉구한
반면, 신한국당은 야권의 이같은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즉각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국민회의 유종필 부대변인은 "김영삼 대통령이 92년대선을 전후해 슬롯머신
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정덕진씨 형제들을 만난 것이 확인됐다"며 "김대통령이
도박장의 범죄성 짙은 검은돈까지 대선자금으로 받아 썼다는데 경악을 금할수
없다"고 비난했다.

유부대변인은 "이는 대통령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신한국당
정권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김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자민련 심양섭 부대변인은 "92년 대선 유세기본계획"에 따르면 대선 당시
민자당이 유세비로만 1천억원이상을 썼다"며 "이는 모든 항목을 합칠 경우
92년 대선자금의 총규모가 1조원이상이라는 우리당 주장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창영 부대변인은 "92년 대선자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여권이 한보 등으로
부터 엄청난 돈을 끌어다 뿌리고 집권후에 대가를 주었다는 의혹 때문"이라며
"여권은 김대통령이 아직 힘이 있을 때 대선자금의 조성과정과 사용내역을
스스로 밝히고 국민의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대선자금에 관한한 야당도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정치권의 공멸을 자초하는 이같은 정치공세를 중단
하라고 촉구했다.

김충근 부대변인은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자신이 받은 대선자금은 "대가성
이 없는 눈물겨운 성금"이었다고 주장한데 대해 "부정행위도 내가 저지른
것은 로맨스고 남의 것은 다 스캔들인양 까발기려는 세태를 쏙 빼닮았다"며
"피차 같은 입장인데 숯이 연탄보고 욕하니 까마귀가 웃을까 두렵다"고
비꼬았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