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의 여파가 종교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사찰 시주금과 교회 헌금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

대도시 부촌과 유명관광지 주변의 형편은 좀 낫지만 지방과 빈촌의
시주.헌금함은 눈에 띄게 가벼워지고 있다.

교계에서는 이를 경기침체에 따른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풀이한다.

부처님오신날을 11일 앞둔 불교계의 경우 시주금과 연등접수 규모가
확연히 줄어 "불황에 따른 허리띠 졸라매기"를 그대로 전한다.

부처님오신날은 연중 최대 봉축일인 만큼 시주금도 가장 많은 것이
보통.

그러나 경주 불국사나 서울 조계사등 일부 유명사찰만 지난해 수준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 지방사찰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시주금 격감은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내걸리는 연등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속리산 법주사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실정이고
다른 지방사찰도 비슷한 상황이다.

사찰의 불전함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

불전 접수액은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상징적 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30~50%나 줄어들었다는 게 사찰 스님들의 얘기다.

지방관광사찰의 관람객도 지난해보다 평균 10~20%가량 줄었다.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사찰은 설악산 신흥사와 오대산 월정사 등
강원지역의 본말사들.

지난해 무장공비 침투사건 여파에다 경기불황까지 겹쳐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졌다.

법주사와 영천 은해사, 김제 금산사, 장성 백양사, 구례 화엄사 등
조계종 교구본사급 사찰의 사정도 비슷하다.

은해사의 경우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40%나 줄었다며 걱정하고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불황으로 서울등 대도시 신자들이 나들이를
자제함에 따라 지방사찰의 관람객이 줄고 있는 것같다"며 "경기불황이
신심에까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개신교와 천주교등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기독교계는 정확한 실상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한 교회 담임목사는 "정확한 액수를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예년에 비해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교구 소속교회중 헌금이 20%까지
감소된 곳도 있다"고 밝혔다.

개신교와 천주교 역시 지역에 따라 사정이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등 지방은 경기침체 영향을 심하게 받고 있으나 대도시의
도심이나 서울강남등 부촌의 경우는 경기불황을 실감할 정도로 헌금이
갑작스레 줄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