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종합고등학교 학생들은 6일부터 어버이날인 8일까지 3일동안
학교에 가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대화를 하고 집안 일손을 돕는다.

개교기념일이라거나 큰 행사가 있어서가 아니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학교가 "효도방학"을 실시한 때문이다.

효도방학이란 말 그대로 학생들이 집에서 부모 일손을 돕고 대화의
시간을 맘껏 가질 수 있도록 학기중에 일시 학교를 쉬는 것.

이같은 효도방학은 파주종고를 비롯 문산동중 문산여종고등 파주시에
있는 3개교에서 올해 처음 실시됐다.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그동안 부모님과 대화할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이번 기회에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부모님 일도 도와드릴 생각이에요"
(서정훈.파주종고 3학년)

사실 서군은 처음 효도방학 소식을 듣고는 은근히 마음이 들떴다.

방학은 6일부터지만 토요일(3일)부터 계산하면 5일 하고도 반나절을
학교를 떠나 자유롭게 생활할수 있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처럼 얻은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로 결심했다.

방학기간동안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에 나가 잔일을 도우면서 자식
키우기에 애쓰시는 부모님 은혜를 새삼 느껴볼 예정이다.

농사를 짓는 친구 집에 가서 일을 돕기로 친구들과 약속도 했다.

여동생은 방학기간동안 설겆이를 전담하기로 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파주종고 2학년짜리 아들을 둔 이효숙씨(47)는 "짬짬이 틈을 내서 자식과
대화하기도 하지만 일 때문에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번 기회에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하고 가족나들이도 나갈 생각"이라고 반긴다.

파주종고가 이같이 효도방학을 실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청소년들에게 경로효친사상을 생활속에서 직접 심어주기
위해서다.

카네이션 꽃을 부모에게 한번 달아주는 것으로 그치는 어버이날이
아니라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보람찬 시간을 보내도록 현장교육을
해보겠다는 취지에서 계획된것.

윤성모 파주종고교장은 "청소년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에는
가정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이번 방학을 계기로 학생들이 가정의
소중함과 부모님의 고마움을 다시 한번 깨닫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학교측도 이번 방학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지만
걱정도 크다.

혹시나 불미스런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일단 <>부모님 일손돕기 <>친척어른 찾아뵙기 <>웃어른 공경하기등은
기본적인 방학숙제(?)로 내줬다.

또 가족간 사랑을 내용으로 한 소설 등을 읽고 독후감을 쓰도록하고
이웃 친지들께 편지보내기도 과제로 부과했다.

학교측은 효도방학을 실시하는 대신 여름방학기간을 3일간 단축해
수업결손을 막을 계획이다.

장호기 파주종고교감은 "처음 실시하는 일이라 약간 부담은 되지만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높은 하늘보다 더 높다는 부모님 은혜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5월.

파주종고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가정의 달을 맞이하고 있다.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