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문화의 진수를 한눈에 보여줄 "고대이집트문명전"이
6월3일~7월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580-1234)에서
열린다.

인류역사상 가장 눈부신 문화를 꽃피운 고대 이집트문명은 기원전
7세기에 시작된 서구의 그리스문명보다 무려 2천여년이나 앞서며 찬란한
유물과 유적들을 남겼다.

이집트문명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02년 미국의
하워드 카터의 투탄몬묘 발굴이후.

그뒤 유럽의 학자와 모험가들이 앞다퉈 이집트왕묘를 파헤치면서 많은
유물들이 햇빛을 보게 됐다.

이집트왕묘가 잇달아 발굴되면서 모습을 드러낸 유물들은 그때까지
자신들이 만든 그리스문명이 가장 우수한 것이라고 믿었던 서구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서구문명의 모체로서 천문학과 수학은 물론 건축양식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대이집트 문명이 남긴 유물들은 물량 또한 엄청나다.

오늘날 영국의 대영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적인
박물관들은 고대 이집트유물 없이는 박물관 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

이들이 꽃피운 문명의 이념은 한마디로 불로장생과 영혼불멸사상.

벽화속에 나타난 내용이나 화려한 금제유물의 성격은 하나같이 전생과
내세에 관한 예언을 담고 있으며 미이라를 만들었던 독특한 장례풍습에서도
이들의 관심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고대 이집트문명의 기본성격은 고대 동아시아, 특히 한국인들이
가졌던 관심과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뿐만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던 장신구및 생활용품등도 우리조상들이 남긴
유물들과 매우 닮아 이번 전시회가 더욱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물건을 담는 함지,낱알을 고르는 키는 물론 머리빗, 그리고 삼베를
이용해 시신을 감쌌던 장례풍습과 매장법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사성이
발견되고 있다.

또 상관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집트 태교 여신의 머리위에 꽂혀
있는 뱀장식과 똑같은 모습을 한 뱀무늬를 새긴 비녀가 조선시대 왕비의
초상화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일 유물들은 모두 이집트 카이로박물관 소장품들로
신상을 비롯 장례풍속등을 엿볼수 있는 공예및 장식품이 주류.

보조전시물 40여점을 포함, 1백여점의 전시유물들은 대부분
지정문화재급이다.

전시될 유물들은 대부분 고분에서 출토된 것들이어서 우리의 고분미술과
비교 감상해 볼수있다.

한편 이번전시에서는 부대행사로 이집트 전통음악과 무용공연이 펼쳐질
예정이어서 이집트예술을 입체적으로 이해할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