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길끝에서 만난 두 거지와 창녀가 있다.

사회 한구석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이들.

현실이 아무리 가혹해도 자신들이 선택한 "인간다운 삶"마저 포기할 순
없다.

우리극연구소가 1일 개막, 6월8일까지 북촌창우극장 무대에 올리는
"길끝에서"는 소외된 자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네 삶의 절망과 희망을
공감케 한다.

국내에서 처음 공연되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 극작가 에바 프랑키의
상황극으로 91년 이탈리아에서 초연된 뒤 미국와 터어키에서 1년씩
장기공연된 국제적 레파토리.

몽상적인 절름발이 베르또, 허풍장이 돌포, 그들을 돌보는 전직창녀
레지나.

50대에 접어든 베르또와 돌포는 창고같은 오두막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신앙을 통해 안정을 찾은 레지나에겐 이들을 돕는 것이 삶의 낙이다.

구차한 삶속에서도 이들은 "그"가 오기를 기다린다.

구원자처럼 기다렸던 "그"의 실체가 밝혀지고 레지나는 곧 철거될
오두막집에서 베르또와 돌포를 구해내려 하지만 둘은 빈민수용소에
들어가기를 거부한다.

레지나는 떠나고 베르또와 돌포는 현실에 저항하는 환각속에서 시를
읊조린다.

철거 불도저의 굉음이 그들을 덮쳐오는 가운데....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연상되는 부조리적 상황이지만
추상적 의미보다 우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등장인물들의 삶이 먼저 가슴에
와닿는다.

때론 잔잔한 웃음, 때론 연민으로.

연출가 임경식씨는 ""그"를 기다린다는 것보다 세사람의 관계와 이들의
독특한 성격이 빚어내는 상황이 극전개의 중심이다"라고 말한다.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이 지원한 이 작품은 11월 이탈리아 현지에서
교민 등을 상대로 재상연될 예정이다.

주진모, 오광록, 윤정호 출연.

화~금 오후 7시30분, 토 일 공휴일 오후 3.6시.

문의 763-1268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