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기금의 통.폐합 개선작업이 꾸준히 추진돼왔음에도 불구하고 기금의
편법 변칙 운용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각 기금들은 법정근거도 없이 설치된 기금을 통해 기업 등에
출연금을 강제징수하고 이같이 거둔 재원을 운용하면서 금융기관에 금리입찰,
실적배당상품에 확정금리요구, 기부금 납부 등을 강요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6일 정부기금관리실태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의
기금이 변칙 불법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정경제원
문화체육부 등 관련 기관에 시정요구 내지 권고를 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문화예술진흥기금, 한국장학기금 등은 여유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면서 금융기관의 기부금 납부실적을 금융기관 선정요건으로
정해 기부금 납부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민체육진흥기금과 문화예술진흥기금은 특정금전신탁 등 실적배당
상품의 수익률을 예탁시점에서 미리 제시할 것을 요구,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예탁중단 등 제재규정까지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신보험기금의 경우 일반회계나 특별회계로 취득해야할 우체국 청사
부지를 기금으로 변칙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함께 노동부는 95년부터 96년까지 산업재해예방기금외 3개 기금을
관리운용하면서 일반회계에서 수행하는 사업의 예산부족분을 기금에서 충당,
기금을 변칙 유용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대외경제협력기금의 경우 95년 이자수입만해도 5백5억원에 이르고 있는
반면 개도국에 대한 차관제공 등 목적사업수행실적은 총 운용액의 5~14.3%에
불과하나 매년 정부출연금은 늘어나고 있어 정부출연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한 무역진흥기금,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활성화기금, 중소기업공제사업
기금 등은 법적인 근거없이 설치돼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국민주택기금은 조달금리과 대출금리의 차이로 매년 이익잉여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저소득층에 대한 융자금 이자율은 내리지 않고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20조원이 넘는 공공기금 여유자금은 금융기관 등에 예치하기보다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최대한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SOC) 융자같은
산업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재경원에 여유자금 흡수대책을 요구했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