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서울~대저구간은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시키되 대전~부산구간
은 추진여부를 차지정권서 결정하도록 하자는 신한국당주장은 주목할 만
하다.

이는 내년 예산에는 대전~부산구간에 대해서는 토지매입 세부설계등
관련비용을 일절 반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이미
틀린 2002년 완공목표가 어쩌면 무작정 뒤로 밀릴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어떤 사업이건, 사업계획을 수정하거나 이를 백지화한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않다.

이미 비용이 들어간 사업,진행중인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자동차회사에서 새 차를 생산할 것인지 말것인지는 그 차의 판매전망에
따라 결정할 일이지 디자인과 설계에 이미 투입한 돈의 액수를 따질 까닭은
없다는 이른바 매몰원가의 개념은 정부사업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경부고속전철이 사업성이 없고 이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인적 물적인 수송에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를 전면 백지화하는 것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대전~부산구간 보류방침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이기 때문에 그 비논리성과 무책임함에 실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경부고속철도는 서울~부산간 여객수송수단을 하나 더 신설함으로써
그만큼 여유가 생길 기존 철도수송능력을 화물로 돌리자는 것이
기본구상이다.

바로 그렇다면 서울~대전구간만 건설한다는건 공사비가 준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비경제적이다.

경부철도 수송량의 주종이 수도권과 영남권간의 장거리물이고 보면
서굴~대전구간만의 고속철도로는 기대효과의 한계가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처럼 서울~대전간보다 대전~부산간 완공을 2년정도 늦추는
것은 건설재원등의 이유로 불가피할지 모르나 서울~대전만 고속철도를
건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구상이다.

정부와 여당이 예산절감을 위해 SOC(사회간접자본)건설예산 집행을
상당폭 유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이어 대전~부산간 고속철도
보류움직임이 나왔다는 점도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불황의 고통을 정부도 분담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예산절감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줄여야할 비목은 SOC관련예산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현재의 수송사정등을 감안할때 SOC투자를 게을리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결과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숱한 과오 때문에 93년에 추정했던 10조7천억원의 두배이상이
투입돼야할 경부고속철도 건설비용이 재정시 큰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마땅한 대안도 없이 공사비규모를 줄이기로해
대전~부산구간을 보류하는 등으로 쓸모없는 반동강이를 만든다면 그것이야
말로 낭비고, 길게보면 공사비부담만 늘리는 또하나의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