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 안개가 짙게 낀 지난 5일 제주항공노선에서 발생한 대한항공의
결항과 아시아나항공의 운항은 고객을 위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면적으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승객의 안전을 우선할 것이냐 편의를 중요시할 것이냐의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난 편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제주공항이 오후 5시35분부터 짙은 안개가 끼자 서울발 제주행
비행기를 아예 띄우지 않아 안개가 걷힌 오후 8시11분 이후에는 제주에서
귀경객을 수송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기때문에 결항할 수밖에 없었다"
고 밝혔다.

이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제주공항이 안개로 이착륙이 불가능했던 오후
7시부터 오후 8시11분 사이를 비켜 정규항공기 9편을 모두 제주공항에
착륙시켰다.

덕분에 8시11분부터 제주도에 있던 승객들은 서울로 올 수 있었다.

아시아나측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등 승객편의를 우선으로 삼았다"
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포공항과 제주공항에서는 2천여명의 승객들이 비행기 운항
지연에 항의하는 소동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항공편 결항이 적은 아시아나보다 대한항공이 승객들이 원망을
더 샀다.

이처럼 대조적인 양사의 운항자세에 대해 항공전문가들은 "비행기의
이착륙사안은 항공사들이 판단할 문제이므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며
"더더구나 대한항공의 결항조치를 나무랄 일은 전혀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결국 양항공사의 이번 운항태도에 대한 판단은 고객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안전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유보할 수 있다는 승객은 대한항공에 믿음을
줄 것이다.

반면 승객의 편의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는 고객은 아시아나항공를
신뢰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항공기 승객에 대한 안전과 편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오후 11시로 정해진 야간 운행제한 시간을 탄력적으로 시행한다면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에 당국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항공기운항에 따른 안전과 편의의 책임은 당국도 져야 한다.

최인한 < 사회2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