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춘 <주EU 한국대사관 대사>

"유럽연합(EU)의 날" 4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유럽에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려는 바람을 바탕으로한 유럽공동체
구상은 지난 40년간 국가간 상품및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등 유럽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또 회원국이 당초 6개국에서 15개국으로 늘어나 유럽연합은 이제
인구 3억7천만명을 가진 세계최대 단일시장으로 발전했다.

15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8조6천억달러로 미국의
1.2배, 일본의 1.9배에 이른다.

수입규모는 2조달러 정도로 전세계 총수입액의 38.4%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외투자액도 세계 총 해외투자액의 41.6%인 1천3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은 오는 99년초부터 회원국간 공동으로 사용할
단일통화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모든 회원국은 우리의 오랜 우방국가들로서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출범초기인 지난 63년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후 양측간 협력관계는 그동안 여러분야에서 꾸준히 발전되어왔고
특히 90년대들어 양자관계의 발전은 한층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4년간 한국과 유럽연합간의 교역규모는 연평균 20%대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양자간 교역액은 3백65억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연합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상당한 자금을 지원하고
최고의사 결정기구인 집행이사회에도 가입키로 하는등 한반도 정세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와같이 양자간 관계는 경제분야뿐 아니라 정치.안보문제로 확대돼
보다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제도화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이러한 공통인식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한.EU 기본협력협정과
공동정치선언을 채택하게 됐다.

기본협력협정은 상호간 시장접근의 확대와 투자증진, 그리고 기업간
협력을 비롯한 여러분야에서의 교류증진을 주내용으로 하고있다.

공동정치선언은 정상회담 외무장관회담등 최고위급에서 정치대화를
정례화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한국과 유럽연합간 포괄적인 관계발전을
위한 기본적 틀의 역할을 하고있다.

한국과 유럽연합은 기본협력협정에서 합의한 원칙에 따라 금년 4월10일
세관분야 협력을 강화하기위한 세관협정을 맺었고 이달중에는 상호간
통신조달 시장개방을 약속하는 통신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상호인증협정 체결을 위한 교섭도 조만간 시작된다.

현재 세계 경제구도는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하는 동아시아권, 미국을
중심으로하는 북미권, 그리고 유럽연합을 축으로하는 서구권등 3개축을
정점으로한 3각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런 구도는 경제분야뿐 아니라
정치 문화등 모든 분야에서 그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리라고 본다.

미국의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저서에서 21세기에는
주요 문명간 충돌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집단간의 관계에도 갈등과 조화라는 두가지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컬러TV 반도체 전자레인지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제소를 하는등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에는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소비절약운동도 문제를 삼고있다.

미국 일본등 주요 교역대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과 유럽연합간의 관계도
이와같은 갈등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협력노력이 조화롭게
진행되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와 독일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이를 공동체내의 조화로운 협력관계로
승화시킨 유럽인들의 경험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와 유럽연합간의 관계
발전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유럽연합은 상호 협력증진을 위한 무한한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동인식은 조화를 극대화하는 촉매가 될것임을
확신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