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대선자금 9백억원 수수의혹"과 "현철씨 차명계좌발견" 등
폭로성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전수석비서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예정에 없던
"비상대책회의"를 갖는등 긴박한 분위기.

수석비서관들은 이날 오전 본관에서 있은 김영삼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가 끝난뒤 곧바로 비서실장방에서 김용태 실장 주재로 일련의 보도에
대한 정국수습대책을 긴급히 논의.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일부 수석비서관들의 고성이 회의실 밖으로 흘러
나오는 등 분위기가 상당히 격앙돼 있음을 반영.

회의가 끝난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선자금 9백억원 수수의혹보도와
관련, "언론이 그동안 수없이 때려도 그냥 맞고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태가
아주 심각하다"며 "언론이 파국으로 몰고가자는 것으로 밖에 볼수 없다"고
강경입장을 표명.

이 관계자는 "한보가 92년 대선때는 9백억원씩이나 되는 많은 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시중에 떠도는 얘기를 그냥 보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

대부분의 청와대 관계자는 한보로부터의 대선자금수수의혹, 노 전대통령
으로부터의 대선자금수수의혹 등 김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폭로성 보도와
함께 안기부장과 현철씨의 회동, 현철씨 차명계좌발견 등 메가톤급 보도들이
연이어 터지자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망연자실한 표정들.

한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변하는데 대책을 어떻게 세우느냐"며
"검찰과 신한국당이 제대로 통제가 안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대책을
세우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실토.

당초 검토했던 대선자금에 대한 "포괄적 설명"으로는 이제 수습이
어렵다는게 중론인 가운데 그렇다고 마땅한 묘안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습.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