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극가에 "잘 나가는" 연극 한편이 있다.

환퍼포먼스가 만든 "남자충동" (조광화 작.연출.6월29월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사회에 일침을 가한 이 작품은
극전체를 힘있게 끌어가는 연출력과 함께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돋보인다.

"알파치노 컴플렉스"에 걸린 주인공 장정역의 안석환씨.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지만 결국 폭력으로
파멸되는 폭력배 보스역을 실감나게 펼친다.

"장정은 결코 알 파치노처럼 될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만큼 이성적이거나
냉정하지 못하죠.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감정의 기복을
두드러지게 표현했습니다"

경기도가 고향인 안씨는 극중 질펀한 전라도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정서를 익히기 위해 3일간 목포에 갔었는데 사투리가 금방 입에
붙더라구요. 타고 났나봐요. 대사가 빠른 것은 극의 템포와 장정의
불안감을 표현하기 위해서죠"

안씨는 86년 연우무대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대학로 연극판에
뛰어들었다.

데뷔작은 "달라진 저승" (87년).

그후 "칠수와 만수", "고도를 기다리며", "거미여인의 키스" 등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지난해엔 "이 세상끝"으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했다.

"배역을 맡으면 특정한 동물을 생각하면서 연기해요. 장정역을 할 때는
시라소니를,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게이역을 했을 때는 사슴을 연상하는
식으로요"

연기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동물을
연상하는 것이 감정표현에 도움이 된다고.

"교과서적으로 사는 인물보다는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텔레스나
"오델로"의 이아고같은 악역을 맡아 인간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요"

작품마다 마지막이라는 자세로 임한다는 그는 올 서울연극제 공식초청작
"고도를 기다리며" (산울림)에 출연할 예정이다.

< 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