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전기자동차의 실용화 시대가 열리는가"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의 기술개발을 완료,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현대자동차의 엑센트 전기차가 미국 캘리포니아
대기보전국(CARB)으로부터 무공해차의 인증을 획득, 실용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ARB가 주관하는 무공해차 인증은 그 자체가 "전기차 실용화의 합격판정"
으로 인정될만큼 권위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이 인증서를 받은 업체는 현대를
포함, GM 포드 크라이슬러 혼다 등 5개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특히 전기자동차를 실제 양산, 시판하는데 성공한 업체는 미국
GM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작년초 "EV-1"이라는 전기차를 개발, 11월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판에 들어갔다.

아직은 일반 가솔린차에 비해 두배정도 비싼 가격과 충전상의 불편함
등으로 판매량은 1백70여대 정도에 불과하지만 GM은 꾸준히 기술을 향상시켜
오는 2000년까지 캘리포니아에서만 연간 판매량을 4천여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밖에 포드 크라이슬러를 비롯해 도요타 혼다 닛산 등도 전기차의 개발을
완료,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기아 대우 쌍용 삼성자동차 등 5개사가
기술개발을 마치고 실용화를 서두르는 중이다.

이 가운데 국내 업체로는 처음 미국에서 공식인증을 획득한 현대가 실용화
면에서는 한발 앞서 있는 상태다.

현대는 이번 인증 획득을 계기로 실용화에 박차를 가해 늦어도 오는
2000년까지는 일반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 성능수준

현대가 인증을 받은 엑센트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시험, 주행거리, 동력성능,
충전기 및 에어컨 효율시험 등의 13개 항목 테스트에서 모두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받았다.

특히 최고시속 1백25km, 1회 충전 시가지 주행거리 2백km, 정지상태에서
시속 50km(30마일)까지의 가속시간 5.5초(60마일까지는 17.6초), 배터리
완전 충전시간 8시간 등의 성능을 보여 일반 도로주행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는 "엑센트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백10~1백45km에 불과한 GM의
EV-1보다 우수하며 최고시속도 향후 시판예정인 도요타의 RAV4 EV, 혼다의
EV Plus 등보다 뛰어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 실용화는 언제

현대는 이번 인증 획득으로 실용화 가능성을 입증받은만큼 조만간 소량
시험생산,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량생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격과 충전에 걸리는 시간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늦어도 2000년안에 엑센트의 후속모델을 기본으로 대량 생산, 국내
판매는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 실용화 과정의 문제점

국내 기술수준으로는 당장이라도 양산이 가능하다는 게 메이커의 주장이다.

그러나 차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이나 FRP소재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가격이 비싸고 충전과정의 불편함으로 수요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를 실용화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 차량전자연구부 김철수 팀장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처럼
정부가 전기차 보급을 위해 구매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거나 충전시설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