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12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앙은행의 독립문제와 관련, 이 문제는 금융개혁과 금융자율화라는
큰 틀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오는 6월 임시국회에 한은법
개정안을 상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중앙은행의 독립을 보장하고 은행감독원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은법의 개정은 문민정부하에서는 실현되기 어렵게 될 전망이며 차기
정권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는 대통령선거를 치뤄야 하는 등 분주한 정치일정으로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모두 처리해야 하며 9월 정기국회에서는 예산 및
이와 관련된 법안만을 다루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6월 임시국회가 끝난 후 정기국회 이전까지 다시 임시국회를 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7월이전에 여야의 대통령후보가 가시화되고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대통령
선거전에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한국은행의 독립 및 은행감독원 분리작업을 뒤로 미루게 된
것은 현재의 정치.경제적 여건하에서 이처럼 민감안 사안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재경원은 한보사태이후 노정된 감독체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되 은행감독원을 분리, 재경원 산하에 두는
문제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속 금융개혁위원회도 현재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
등으로 나뉘어 있는 금융감독체제를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하고 이를 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경원과 금융개혁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이들 두 방안을 추진하려면
반드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한은법은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 산하에 두도록 하고 있으며 금융
통화운영위원회는 한국은행과 은행감독원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을 한은에서 분리하는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은 통화신용
정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독기능이 반드시 한국은행내에 있어야
한다면서 재경원과 금융개혁위원회의 감독체계 개편방향에 반발하고 있다.

재경원은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정치권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렇게 되면 40여개에 달하는
나머지 경제관련법안의 통과도 불투명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은 또 설령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하더라도 한국은행 등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통화신용정책의 원만한 수행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재경원내에서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강부총리의 주장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재경원의 금융정책실
실무자들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89년과 95년에 대두됐다 원점으로 돌아갔던 한은독립 및 감독
체계의 개편문제는 차기정권으로 미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금융개혁위원회가 어떤 형식으로든 중앙은행 독립 및 감독체계의
개편문제를 건의할 예정인 만큼 정부는 이를 토대로 장기적인 개편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와함께 단기적으로 금융산업의 개편에 맞춰 은행.보험.증권 등
3개 감독원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방안은 한은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은 별다른 구속력이 없으며 현재의 간헐적인 협의체제를
정례화하는 것 밖에 다른 점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