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선에서 멈추지 않으면 600대까지 밀릴 것이다"

엔화강세전환.금리하락 등을 바탕으로 조심스레 상승반전을 시도하던
증시가 대선자금 기업자금악화 신용부담 등의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연이틀 크게 하락하면서 비관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과 3월처럼 심리적.정책적 지지선인 문민주가 (655.61)를
지켜내지 못할 경우 600선까지 수직낙하를 배제할 수 없다" (정의석
신한증권 투자분석부 과장)는 것이다.

겹겹이 쌓여있는 악재가 이런 비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부도불안감이다.

진로의 부도를 막기 위한 "부도방지협약"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신용
위험이 유성부도와 대농그룹의 자금악화설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중견그룹주들의 무더기 하한가
행진이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회사채수익률 하락에 증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은행 종합금융 등 금융기관이 대출보다는 채권투자에 나섬으로써
수익률은 떨어지나 부도위험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매물부담이 가세하고 있다.

한도확대이후 유동성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해 빚 (신용)을 얻어
주식사재기에 나선 결과 신용이 3조8백억원으로 사상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수금도 1천3백억원을 웃돌고 있다.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신용매물부담이 커져 중소형 개별종목들이 폭락,
지수하락을 선도하고 있다 (이승용 동원증권 투자분석부장).

"수급으로 오른 증시는 수급으로 떨어진다"는 증시격언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잠재적 장외요인으로만 여겨지던 대선자금.현철씨 문제도 한솔그룹과
대신증권을 고리로 장내요인으로 등장한 것도 지수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악재들로 인해 엔화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포항제철 삼성전자 등 경기관련 블루칩과 대우.삼성중공업 등 저가
대형주에서 형성된 강세가 다른 종목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금리하락.엔화강세에 따른 대형주 강세가 지수하락을 억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경기관련블루칩과 저가대형주가 강세를 유지하고 신용매물이 정리됨에
따라 증시는 재차 상승을 위한 시도에 나설 것 (정종렬 신영투신 사장)
이라는 진단이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