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화종합금융 사모전환사채를 무효로 판정하면서 이의 의결권
행사금지가처분신청을 기각한 것은 최종판정을 미룬 고육책으로 볼수 있다.

사모전환사채의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영권변동이라는 현실적인 파문을
고려해 원칙적인 결정만 내렸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모전환사채의 무효판정으로 2대주주의 손을 들어주는 반면 의결권행사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함으로써 1대주주에게도 경영권을 일단 지킬수
있도록 해 양측이 각각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상황을 낳고 있다.

우선 2대주주측인 박의송 우풍금고회장측은 경영권분쟁은 일단 2대주주측에
유리한 국면으로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한 경영권
은 2대주주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17.03%에 해당하는 사모전환사채를 우호적인
삼신올스테이트생명보험등 3개사에 발행했다.

이들 사모전환사채가 최종심에서도 무효로 판정될 경우 지분경쟁에서
불리해지게 된다.

증감원에 따르면 이들 지분 17.03%를 제외할 경우 한화종금에 대한
한화그룹의 공식지분은 19.02%로 줄어드는 반면 박회장측은 30.71%로
늘어난다.

따라서 앞으로 대법원이나 본안소송에서 사모전환사채무효판정이 인용될
경우 경영권변경이 불가피하다는게 2대주주측의 해석이다.

그러나 한화그룹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다 다른 재판부가 고법의
사모전환사채 무효결정을 그대로 인용할지를 알수 없어 경영권 변경을 속단
하기는 힘들다.

특히 법원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판정을 본안소송으로 미루고 있어
대법원에서 신주발행무효의 소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경영권향방을 속단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이날 기자실에서 "사모전환사채에 대한 무효성은 인정
되지만 전환 신주의 의결권을 무효로 판정할 경우 당장 경영권이 변경되기
때문에 이에대한 판단은 대법원 또는 본안소송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로서도 기업의 경영권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판정을 내리기가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한화그룹측 변호를 맡고 있는 김&장 법률사무소의 박병무 변호사도 이날
증권감독원 기자실을 방문 "이번 판결은 박회장측이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기각"이라면서 결정 과정에서 인용한 사모전환사채무효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고 다른 법원에서 인용할지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화그룹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으며 만일 박회장측이 대법원에
재항고, 승소하더라도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이기 때문에 본안소송의
최종심을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볼때 한화종합금융의 경영권분쟁은 현재 서울지방법원에 계류중인
신주발행무효의 소송이 종료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본안소송이 결국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면 한화종금의 경영권
향방은 양측의 물밑타협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지루한 법정다툼을 통해
결말이 날 전망이다.

<박주병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