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스대결이 남긴 진실..현원복 <과학저술인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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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 최고의 체스기사인 카스파로프가 마침내 컴퓨터기사 딥 블루에
패배했다고 해서 요즘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카스파로프는 지난해 2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의 대국에서 5대1로
딥 블루에게 승리했으나 올해 뉴욕에서의 재대결(5월3~11일)에서는
전문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여섯번의 대국에서 1승3무2패로 결국 기계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체스경기에서는 인간의 직관력이 컴퓨터의 막강한 계산력을
꺾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체스에 관한 연구는 50년대 중반 인공두뇌연구가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되었고 첫번째 컴퓨터체스가 등장한 것은 58년이었다.
그뒤 70년대에는 상당한 계산능력을 갖추고 가능한 모든 수를 미리
내다 보는 수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상급기사수준까지 도달했다.
80년대에는 마침내 막강한 계산력을 가진 슈퍼컴퓨터나 체스전용기계
(체스만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간의 초일류기사 수준에 도달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이며 노벨수상자인 카네기멜른대학의 하버트 사이몬은
57년에 이미 컴퓨터가 10년내에 세계체스챔피언에게 이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카스파로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컴퓨터가 인간체스
챔피언을 이길 것이나 그 시기를 2010년이전에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컴퓨터체스가 한수 앞을 더 보기 위해서는 처리속도를 6배로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대 컴퓨터의 대결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인간은 직관력을
사용하는 반면 컴퓨터는 막강한 계산력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것은 직관력대 계산력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체스기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직관적으로 2개의 수중
택일한다.
카스파로프가 지난해 2월 대국에서 승리한 요인의 하나는 기계가 갖는
약점을 캐내는 기막힌 능력을 이용하여 기계와의 대국에서 대결을 피하는
불규칙적인 스타일의 경기를 하면서 딥 블루를 오판하게 만들었다.
딥 블루개발팀의 리더인 IBM의 C.J. 탄에 따르면 카스파로프는 컴퓨터가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앞질러 전략을 짜면서 마치 자기가 체스를 잘못 두고
있는 것처럼 기계를 믿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컴퓨터가 체스를 두는 기교에는 숙맥이었다.
IBM의 딥 블루팀은 그동안 미국 체스챔피언출신인 로엘 벤자민의
조언을 받으면서 지난 1백년간의 모든 대국과 그동안 등장한 체스의
대가들의 스타일을 모두 입력시킨 막강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연산속도도 지난해보다 2배나 빠른 슈퍼컴퓨터를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강된 딥 블루는 32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5백12개의
특별히 만든 체스칩으로 무장했다.
이 컴퓨터는 3분내에 3백50억수에서 1천억수를 계산할 수 있다.
체스에서는 40수까지 두는데 최대한 2시간을 주기 때문에 한수당
허용된 시간은 평균 3분이다.
당초 이번의 지혜와 계산력의 싸움에서 지혜가 한수 앞설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은 딥 블루가 10 또는 15수 이내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모두 알수
있으나 카스파로프정도의 최고수준의 체스기사는 20수앞까지 일어 나는
일들을 대강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국에서 드러난 것처럼 직관이라는 것은 그때그때의
심리상태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카스파로프가 털어놓듯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직관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카스파로프의 말대로 컴퓨터체스는 7명의 일급 컴퓨터전문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그의 적수는 따지고 보면 기계가
아니라 IBM사 와트슨연구소 딥 블루팀(팀장 : 충젠 탄)이다.
한편 딥 블루의 진정한 목표는 카스파로프를 이기자는 것이 아니다.
IBM연구팀의 목표는 대량의 병렬처리설계방법을 개발하여 여기서 얻은
결과를 제약연구에서 사용하는 분자작용의 시뮬레이션, 금융시장의 데이터
탐색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및 화물발송
스케줄과 같은 복잡한 문제에 응용할 계획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로 기계가 인간의 지능에
차츰차츰 접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능력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사람의 뇌속에는 두뇌활동의 핵심역할을 하는 약 1조개의 시냅스(어떤
신경단위의 접합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방대한 양의 인공대용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까지 사람과
같은 능력의 컴퓨터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인공지능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편 과학자들은 유전기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두뇌보다 몇조배나 복잡한
실리콘두뇌를 키우는 첨단 인공지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가능성을 두고 사이몬은 "인간보다 더 지능이 높은
컴퓨터가 등장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아무 이유도 없다"면서
"자동차가 우리보다 빨리 달리는 것과 다를 것이 무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또 이런
발전을 수용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
패배했다고 해서 요즘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카스파로프는 지난해 2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의 대국에서 5대1로
딥 블루에게 승리했으나 올해 뉴욕에서의 재대결(5월3~11일)에서는
전문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여섯번의 대국에서 1승3무2패로 결국 기계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이것은 적어도 체스경기에서는 인간의 직관력이 컴퓨터의 막강한 계산력을
꺾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체스에 관한 연구는 50년대 중반 인공두뇌연구가 시작될 무렵부터
시작되었고 첫번째 컴퓨터체스가 등장한 것은 58년이었다.
그뒤 70년대에는 상당한 계산능력을 갖추고 가능한 모든 수를 미리
내다 보는 수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상급기사수준까지 도달했다.
80년대에는 마침내 막강한 계산력을 가진 슈퍼컴퓨터나 체스전용기계
(체스만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간의 초일류기사 수준에 도달했다.
인공지능의 아버지이며 노벨수상자인 카네기멜른대학의 하버트 사이몬은
57년에 이미 컴퓨터가 10년내에 세계체스챔피언에게 이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카스파로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컴퓨터가 인간체스
챔피언을 이길 것이나 그 시기를 2010년이전에는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컴퓨터체스가 한수 앞을 더 보기 위해서는 처리속도를 6배로
끌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대 컴퓨터의 대결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인간은 직관력을
사용하는 반면 컴퓨터는 막강한 계산력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것은 직관력대 계산력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체스기사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직관적으로 2개의 수중
택일한다.
카스파로프가 지난해 2월 대국에서 승리한 요인의 하나는 기계가 갖는
약점을 캐내는 기막힌 능력을 이용하여 기계와의 대국에서 대결을 피하는
불규칙적인 스타일의 경기를 하면서 딥 블루를 오판하게 만들었다.
딥 블루개발팀의 리더인 IBM의 C.J. 탄에 따르면 카스파로프는 컴퓨터가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앞질러 전략을 짜면서 마치 자기가 체스를 잘못 두고
있는 것처럼 기계를 믿게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컴퓨터가 체스를 두는 기교에는 숙맥이었다.
IBM의 딥 블루팀은 그동안 미국 체스챔피언출신인 로엘 벤자민의
조언을 받으면서 지난 1백년간의 모든 대국과 그동안 등장한 체스의
대가들의 스타일을 모두 입력시킨 막강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또 연산속도도 지난해보다 2배나 빠른 슈퍼컴퓨터를 들고 나왔다.
이렇게 보강된 딥 블루는 32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와 5백12개의
특별히 만든 체스칩으로 무장했다.
이 컴퓨터는 3분내에 3백50억수에서 1천억수를 계산할 수 있다.
체스에서는 40수까지 두는데 최대한 2시간을 주기 때문에 한수당
허용된 시간은 평균 3분이다.
당초 이번의 지혜와 계산력의 싸움에서 지혜가 한수 앞설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은 딥 블루가 10 또는 15수 이내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모두 알수
있으나 카스파로프정도의 최고수준의 체스기사는 20수앞까지 일어 나는
일들을 대강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국에서 드러난 것처럼 직관이라는 것은 그때그때의
심리상태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카스파로프가 털어놓듯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직관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카스파로프의 말대로 컴퓨터체스는 7명의 일급 컴퓨터전문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그의 적수는 따지고 보면 기계가
아니라 IBM사 와트슨연구소 딥 블루팀(팀장 : 충젠 탄)이다.
한편 딥 블루의 진정한 목표는 카스파로프를 이기자는 것이 아니다.
IBM연구팀의 목표는 대량의 병렬처리설계방법을 개발하여 여기서 얻은
결과를 제약연구에서 사용하는 분자작용의 시뮬레이션, 금융시장의 데이터
탐색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및 화물발송
스케줄과 같은 복잡한 문제에 응용할 계획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컴퓨터기술의 비약적인 진보로 기계가 인간의 지능에
차츰차츰 접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의 능력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다.
사람의 뇌속에는 두뇌활동의 핵심역할을 하는 약 1조개의 시냅스(어떤
신경단위의 접합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방대한 양의 인공대용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까지 사람과
같은 능력의 컴퓨터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 인공지능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편 과학자들은 유전기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두뇌보다 몇조배나 복잡한
실리콘두뇌를 키우는 첨단 인공지능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저런 가능성을 두고 사이몬은 "인간보다 더 지능이 높은
컴퓨터가 등장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아무 이유도 없다"면서
"자동차가 우리보다 빨리 달리는 것과 다를 것이 무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또 이런
발전을 수용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