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거듭나면 누구나 해탈에 이를수 있다"
부처님 오신 날 (14일)을 맞아 깨달음의 진리를 일깨우는 구도소설과
명상 에세이집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제1회 불교문학상 수상작인 이상우씨의 장편소설 "비어있는 날들의
행복" (전 2권 밀알)과 정형남씨의 불교소설 "토굴" (남도) 황충상씨의
불교소설 "무명초" (작가정신), 윤청광씨의 고승열전 "그대 몸안에 있는
도둑부터 잡으시게-일연 큰스님" (언어문화), 차대완씨의 성철스님
얘기모음 "침묵의 깊은 뜻을 마음으로 보게나" (맑은소리), 걸레스님
중광의 자전에세이 "벙어리 절간 이야기" (기린원) 등이 잇따라 나온 것.
이들 책은 욕망으로 얼룩진 "분진의 세상"에 시원한 빗줄기를 뿌리며
잠든 의식을 깨우는 청량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사회혼란과 경기불황으로 상심한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바다에
비치는 "진리의 등불"로 읽힌다.
이가운데 "비어있는 날들의 행복"과 "토굴" "무명초" 등은 구도의
길과 깨달음의 과정을 대비시킨 소설들.
"중생은 활을 쏠때 하나의 화살로 악을 잡고 부처는 두개의 화살을 매겨
선악을 함께 잡는다.
일체의 차별이 없어질때 중생도 부처의 반열에 든다"는 가르침을
전해준다.
"침묵의 깊은 뜻을 마음으로 보게나"에는 성철 큰스님의 인간적 면모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열반에 들기 전까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며 숱한 일화를 남겼던
성철스님의 맑고 천진한 심성이 99편의 에피소드에 담겨있다.
저자는 10여년간 성철스님 곁에서 시자생활을 하다 83년 환속한 도예가
차대완 (법명 원정)씨.
아이들과 "목포의 눈물"을 유난히 좋아했던 성철스님.
검정고무신과 장미꽃을 아끼며 상좌에게 온 연애편지를 슬며시 건네주던
대선사.
위대한 선승의 모습 뒤에 감춰져 있던 인간미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동자승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카메라맨이 되는가 하면 김일 선수의
경기를 보다가 청담스님과 한바탕 레슬링을 펼치기도 하는 큰스님의
모습에서 인간세상의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무애의 경지를 엿볼수 있다.
그는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성금자 명단이 대문짝만하게 실리는 광경을
보고 "저런 멍청이들"이라고 혀를 차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마태복음 (6장3절)의 말씀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미 출간된 법정스님의 명상에세이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샘터), 사형수들의 대부 박삼중스님이 들려주는 고승이야기 "배고프면
먹고 졸리우면 자고" (태일출판사), 조계종 종정 월하스님 등 33인의
육성법어를 담은 "중생이라는 이름의 부처에게" (여시아문), 자원스님의
수상집 "절로 절로 저절로" (우리출판사) 등도 마음을 밝혀주는 책들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