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후퇴"

재정경제원이 지난해 10월 도입한 유상증자 요건중 배당성향 요건을 없앤데
대한 재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보.삼미그룹의 부도와 진로 대농 등 중견그룹의 자금악화설이 나돌고 있는
터에 기업 자금사정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이나 종합금융 등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기에 힘든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값싼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길이 넓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이번 증자 요건 완화가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배당금 요건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이번 조치로 주식시장을 통해 값싼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기업이 64개나
늘어났지만 아직도 12월결산 상장회사의 절반(49.9%)에 해당되는 2백98개사는
유상증자를 할수 없는 실정이다.

주주 중시 경영풍토를 정착시키고 장기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당초 취지에는
수긍한다고 할지라도 이것과 유상증자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직도 높은 실정이다.

이번 요건 완화는 기업의 자금조달수단을 늘려줬다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상증자를 할수 있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공급물량은 늘어난다.

과다신용 장외 악재 등으로 조정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시에 부담
으로 작용할 것이다.

재경원은 또 한가지 "제대로 시행해보기도 전에 제도를 바꾼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부작용에 따라 제도를 바꾼 "용기"는 평가받을수 있으나 부작용을 예상하지
못한채 제도 도입을 강행했다는 점에 대해선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야만 한다는 얘기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