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문학지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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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대산문화재단 이사장겸 교보생명보험 부회장.
교보생명의 설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뜻에 따라 92년 설립된
대산문화재단은 대산문화상 운영, 해외의 한국학연구 지원, 청소년연극제
신설 등 문학/예술분야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설립자의 장남으로 이 재단을 이끌어온 신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대
의대 부교수를 그만 두고 교보생명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영에도 뛰어
들었다.
경영자로는 아직 ''수습'' 과정이라고 말하는 신 이사장을 만나 재난 운영
방침과 경영관을 알아봤다.
========================================================================
[ 대담 = 박성희 < 문화부장 > ]
-대산문화재단은 여러 분야중 특별히 문학쪽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교보생명의 설립자인 부친께서 92년 재단을 설립하실 당시 여러가지
공익사업을 구상하셨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문학을 택하신거죠.
"넓고 얕게 보다는 좁고 깊게" 한 분야에 전념한다는 평소의 경영관이
반영됐다고 볼수 있습니다.
설립자의 이념에 따라 저 역시 일단 문학분야를 전문적으로 키울 생각
입니다"
-설립자께서 원래 문학에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까.
"문학뿐만 아니라 교육 출판 문화 등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문학에 대한 지원은 교보문고운영 등 그간의 사업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민족문화 창달이란 재단이념은 물론 국민교육 진흥이라는 교보생명의
창사이념과도 일치합니다"
-재단의 운영방식은 어떻습니까.
"이사회에서는 재단의 전반적인 운영방향만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할 땐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로부터 의견을 구합니다"
-문학관련 사업만 해오다가 이번에 연극협회및 예술의 전당과 함께
청소년연극제를 창설했는데 취지를 말씀해 주시죠.
"저희 재단 입장에서는 조심스런 외도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일관된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연극제도 청소년 문예사업의 연장선상에서 구상된 것입니다.
대산문학상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희곡분야를 지원하고자 한 대목도
있습니다.
재단사업의 큰 줄거리는 변함없이 문학입니다"
-연극제는 어떻게 운영됩니까.
"운영위원회가 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단 자문위원중 한분인 유민영교수께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이번 행사도 연극평론가인 유교수께서 제안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국제문학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요.
"대산문화재단의 사업은 크게 대산문학상 운영, 청소년 문예진흥, 기획
행사개최 등 세가지로 나눌수 있습니다.
정례사업인 두가지 외에 해마다 새로 실시하는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내년엔 국제문학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청소년연극제는 올해 기획사업인 셈이죠.
"다원세계속의 문학"이라는 주제아래 제1세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문학적 틀을 제3세계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에정입니다.
귄터 그라스, 오에 겐자부로등 아시아와 유럽의 저명한 문인 15~20명을
초청할 예정입니다"
-재단 사업중 한국문학의 번역지원 부문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물론 힘이 들겠지요.
하지만 해볼 만한 분야가 바로 번역사업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 이념의 하나인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지난해 번역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번역층 확대에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문학등 예술부문에 대한 지원은 결과가 가시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성과에 대한 측정이나 평가도 쉽지 않구요.
혹시 잘 되고 있는지 회의가 생기지는 않습니까.
"지난해 영국에 갔을 때 그쪽 재단의 중역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재단사업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됐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에 한마디 중요한 말을 들었는데 바로 "겁내지 말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공익사업이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서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저것 두려워
사업을 못하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용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더군요.
앞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재단사업을 이끌어 나갈
생각입니다.
-아산재단은 의료사업, 삼성재단은 문학 미술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재단
사업을 문학이외의 분야로 확대시킬 계획은 없는지요.
"교보생명에서 출연한 재단이 교보문화재단 외에 대산농촌문화재단,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등 두개가 더 있습니다.
모두 "좁고 깊게"라는 취지에 따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재단의 사업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 돈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문화재단에선 문학분야만 주로 다루기 때문에 직원들이 각 사업에
가능한한 직접 참여해 재미있게 일하는 걸로 압니다"
-출연기금과 직원은 얼마나 되죠.
"예탁금 기준으로 1백2억8천6백만원입니다.
조만간 3억~4억원 정도 늘릴 계획입니다.
직원은 8명이구요"
-얼마전까지 서울대 의대교수로 재직하시다가 지난 연말부터 재단이사장과
함께 교보생명 부회장이라는 직함도 겸하게 됐는데 의료사업쪽에는 관심이
없는지요.
생명보험사와 의료사업은 밀접한 관계일 듯합니다.
"제가 의사여서가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보험시장을 미뤄볼 때 장기적
으론 보험업계가 의료사업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노령화되면 노인을 위한 보험상품의 비중이 커질 겁니다.
계약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필요하겠지요"
-재단 일을 맡은 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제1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이 끝난 뒤 축하연에서 문학계 인사들이 수상자
선정이 잘됐다며 그들의 실력을 인정해 줬을때 큰 힘을 얻었습니다"
-종로1번지라는 노른자위 땅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건 사명감 없이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교보문고에 대한 생각을 알려 주시죠.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떨어지지만 매우 훌륭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보생명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구요.
부친께서 국민교육 진흥이라는 모기업의 창립이념과 연계하여 추진해 오신
사업중 하나입니다"
-교보문고의 지점 설치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소서점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압니다만.
"대전과 성남에 지점을 열었고 지방에 지은 교보사옥의 지하층을 임대하지
않고 비워 놓았습니다.
교보문고 지점 설치에 대비해서죠.
교보문고를 처음 세울 때만 해도 대형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주요 타깃이
됐지만 그동안 다른 대형서점이 많이 생긴 만큼 지점 개설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출판유통시장이 개방되면 대형서점이 나서서 방어를 해야죠"
-서울대 의대에 재직하는 동안 경영참여에 대한 준비를 하셨습니까.
미국에 나가 MBA코스를 밟았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아닙니다.
서울대교수로 있을 때 1년간 의학연수를 다녀왔는데 소문이 엉뚱하게
났더군요.
MBA 코스를 이수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당시엔 여력이 없어요"
-의학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택한 까닭도 궁금합니다.
"남에게 혜택을 주고 보람있게 살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때 지금의 매형이 의대를 다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6년 의대 생활이 길고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산부인과는 내과와 외과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내과처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애쓰면서도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든가
하지 않고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기 때문에 분위기가 밝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암치료 외에는 결과가 빨리 드러나는 것도 적성에 맞았구요"
-15대그룹의 생명보험사 진출이 허용되면서 기존 보험업계의 변화가 요구
되고 있습니다.
적극적 방어나 공격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어려운 시점에 경영에 참여하게 된 건 아닌지요.
""금융의 빅뱅"이니 "개혁의 소용돌이"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어차피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면 그나마 빨리 자리를 옮겨온 것이 다행
이라고 봐야겠죠.
위기란 항상 있는 것이고 미리 대처하기만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국적 견지에서 흐름을 크게 봐야지 사소한 것에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자리를 옮긴 뒤 세운 첫번째 원칙입니다.
전반적으로는 수성보다 다각화를 꾀했으면 합니다.
손해보험 업무를 겸하고 은행이나 신용카드업 등에도 진출, 종합금융그룹
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험사는 외국사와 달리 설계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보험사들이 고전한다는 얘기도 있고.
현재 교보생명의 설계사는 몇명입니까.
"4만5천명 안팎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설계사 중심인 국내 풍토에서 외국보험사들이 고전하는 점도 있지만
네덜란드생보사인 프루덴셜보험의 경우엔 보장성보험 하나만으로도 세를
착실히 불려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14위를 차지하던 닛산생명보험이 부도를 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가격의 하락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비슷해 마찬가지 위험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는데..
"외형경쟁에 치중하느라 고금리를 보장하다 보니 자산운용이 어려워진
경우죠.
교보생명은 외형성장을 위한 무리한 출혈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내실을 갖추면서 외형경쟁에 나서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탄탄합니다"
-내실을 중시하다 보니 경영이 보수적이라는 평도 있는데요.
"계약자 위주로 책임준비금이나 배당금을 많이 적립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같은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할 작정입니다.
보험사마다 결산방식이 다른데 단기 순이익만 비교해 교보의 실적이
부진하다고 평가하는 건 곤란하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내실경영을 하면서 사업다각화에도 신경쓸 계획입니다"
-지난 연말에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별도의 경영수업을
받으셨는지요.
"3개월동안 열심히 배웠습니다.
기본적인 용어 정도는 익혔지요.
앞으로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공부하려 합니다.
10년은 배워야 한다던 아버님께서 5년 정도로 줄여 주셨어요"
-취미가 있다면.
"클래식기타를 좀 칩니다.
대학땐 재즈보컬팀에서 퍼스트기타를 맡았죠.
요즘엔 통 못하고 나이 들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해볼까 합니다"
-하루 일과를 밝혀 주시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하고 저녁에 운동을 합니다.
재단 사무실은 4층, 교보생명 사무실은 3층이라 왔다 갔다 합니다"
-가족과 형제관계는 어떻습니까.
"아내(정혜원)와 고1(중하), 중2(중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아내가 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평해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형제로는 누님 두분과 남동생 한명이 있습니다.
남동생은 교보문고 부사장입니다만 아직 비상근으로 조용히 일을 배우는
입장입니다"
-경영철학을 알려 주시죠.
"아직 경영철학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사회공익에 기여하고 계약자에 대한 봉사측면을
강조하는 회사의 경영방침이 전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부친의 생각을 계승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 정리=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
교보생명의 설립자인 대산 신용호 선생의 뜻에 따라 92년 설립된
대산문화재단은 대산문화상 운영, 해외의 한국학연구 지원, 청소년연극제
신설 등 문학/예술분야 지원에 힘을 아끼지 않고 있다.
설립자의 장남으로 이 재단을 이끌어온 신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서울대
의대 부교수를 그만 두고 교보생명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경영에도 뛰어
들었다.
경영자로는 아직 ''수습'' 과정이라고 말하는 신 이사장을 만나 재난 운영
방침과 경영관을 알아봤다.
========================================================================
[ 대담 = 박성희 < 문화부장 > ]
-대산문화재단은 여러 분야중 특별히 문학쪽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교보생명의 설립자인 부친께서 92년 재단을 설립하실 당시 여러가지
공익사업을 구상하셨습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문학을 택하신거죠.
"넓고 얕게 보다는 좁고 깊게" 한 분야에 전념한다는 평소의 경영관이
반영됐다고 볼수 있습니다.
설립자의 이념에 따라 저 역시 일단 문학분야를 전문적으로 키울 생각
입니다"
-설립자께서 원래 문학에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까.
"문학뿐만 아니라 교육 출판 문화 등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문학에 대한 지원은 교보문고운영 등 그간의 사업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민족문화 창달이란 재단이념은 물론 국민교육 진흥이라는 교보생명의
창사이념과도 일치합니다"
-재단의 운영방식은 어떻습니까.
"이사회에서는 재단의 전반적인 운영방향만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추진할 땐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로부터 의견을 구합니다"
-문학관련 사업만 해오다가 이번에 연극협회및 예술의 전당과 함께
청소년연극제를 창설했는데 취지를 말씀해 주시죠.
"저희 재단 입장에서는 조심스런 외도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일관된 흐름에서 벗어났다고 보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연극제도 청소년 문예사업의 연장선상에서 구상된 것입니다.
대산문학상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희곡분야를 지원하고자 한 대목도
있습니다.
재단사업의 큰 줄거리는 변함없이 문학입니다"
-연극제는 어떻게 운영됩니까.
"운영위원회가 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단 자문위원중 한분인 유민영교수께서 운영위원장을 맡고 계십니다.
이번 행사도 연극평론가인 유교수께서 제안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내년에는 국제문학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요.
"대산문화재단의 사업은 크게 대산문학상 운영, 청소년 문예진흥, 기획
행사개최 등 세가지로 나눌수 있습니다.
정례사업인 두가지 외에 해마다 새로 실시하는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내년엔 국제문학포럼을 열 계획입니다.
청소년연극제는 올해 기획사업인 셈이죠.
"다원세계속의 문학"이라는 주제아래 제1세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문학적 틀을 제3세계로 확대시키는 방안을 모색할 에정입니다.
귄터 그라스, 오에 겐자부로등 아시아와 유럽의 저명한 문인 15~20명을
초청할 예정입니다"
-재단 사업중 한국문학의 번역지원 부문은 쉽지 않을 듯합니다.
"물론 힘이 들겠지요.
하지만 해볼 만한 분야가 바로 번역사업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 이념의 하나인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방법이기도 하구요.
지난해 번역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번역층 확대에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문학등 예술부문에 대한 지원은 결과가 가시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성과에 대한 측정이나 평가도 쉽지 않구요.
혹시 잘 되고 있는지 회의가 생기지는 않습니까.
"지난해 영국에 갔을 때 그쪽 재단의 중역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재단사업이 제대로 수행됐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됐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에 한마디 중요한 말을 들었는데 바로 "겁내지 말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공익사업이란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서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저것 두려워
사업을 못하는 것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용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더군요.
앞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재단사업을 이끌어 나갈
생각입니다.
-아산재단은 의료사업, 삼성재단은 문학 미술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재단
사업을 문학이외의 분야로 확대시킬 계획은 없는지요.
"교보생명에서 출연한 재단이 교보문화재단 외에 대산농촌문화재단,
교보생명 교육문화재단 등 두개가 더 있습니다.
모두 "좁고 깊게"라는 취지에 따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 재단의 사업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 돈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문화재단에선 문학분야만 주로 다루기 때문에 직원들이 각 사업에
가능한한 직접 참여해 재미있게 일하는 걸로 압니다"
-출연기금과 직원은 얼마나 되죠.
"예탁금 기준으로 1백2억8천6백만원입니다.
조만간 3억~4억원 정도 늘릴 계획입니다.
직원은 8명이구요"
-얼마전까지 서울대 의대교수로 재직하시다가 지난 연말부터 재단이사장과
함께 교보생명 부회장이라는 직함도 겸하게 됐는데 의료사업쪽에는 관심이
없는지요.
생명보험사와 의료사업은 밀접한 관계일 듯합니다.
"제가 의사여서가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보험시장을 미뤄볼 때 장기적
으론 보험업계가 의료사업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노령화되면 노인을 위한 보험상품의 비중이 커질 겁니다.
계약자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필요하겠지요"
-재단 일을 맡은 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제1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이 끝난 뒤 축하연에서 문학계 인사들이 수상자
선정이 잘됐다며 그들의 실력을 인정해 줬을때 큰 힘을 얻었습니다"
-종로1번지라는 노른자위 땅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건 사명감 없이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교보문고에 대한 생각을 알려 주시죠.
"수익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떨어지지만 매우 훌륭하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보생명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구요.
부친께서 국민교육 진흥이라는 모기업의 창립이념과 연계하여 추진해 오신
사업중 하나입니다"
-교보문고의 지점 설치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습니다.
중소서점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압니다만.
"대전과 성남에 지점을 열었고 지방에 지은 교보사옥의 지하층을 임대하지
않고 비워 놓았습니다.
교보문고 지점 설치에 대비해서죠.
교보문고를 처음 세울 때만 해도 대형서점이 없었기 때문에 주요 타깃이
됐지만 그동안 다른 대형서점이 많이 생긴 만큼 지점 개설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고 봅니다.
출판유통시장이 개방되면 대형서점이 나서서 방어를 해야죠"
-서울대 의대에 재직하는 동안 경영참여에 대한 준비를 하셨습니까.
미국에 나가 MBA코스를 밟았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아닙니다.
서울대교수로 있을 때 1년간 의학연수를 다녀왔는데 소문이 엉뚱하게
났더군요.
MBA 코스를 이수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당시엔 여력이 없어요"
-의학을 전공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택한 까닭도 궁금합니다.
"남에게 혜택을 주고 보람있게 살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고등학교때 지금의 매형이 의대를 다녀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6년 의대 생활이 길고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산부인과는 내과와 외과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내과처럼 오랜 시간 고민하고 애쓰면서도 환자의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든가
하지 않고 생명의 탄생을 바라보기 때문에 분위기가 밝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암치료 외에는 결과가 빨리 드러나는 것도 적성에 맞았구요"
-15대그룹의 생명보험사 진출이 허용되면서 기존 보험업계의 변화가 요구
되고 있습니다.
적극적 방어나 공격적 경영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어려운 시점에 경영에 참여하게 된 건 아닌지요.
""금융의 빅뱅"이니 "개혁의 소용돌이"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어차피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면 그나마 빨리 자리를 옮겨온 것이 다행
이라고 봐야겠죠.
위기란 항상 있는 것이고 미리 대처하기만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국적 견지에서 흐름을 크게 봐야지 사소한 것에 슬퍼하거나 기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자리를 옮긴 뒤 세운 첫번째 원칙입니다.
전반적으로는 수성보다 다각화를 꾀했으면 합니다.
손해보험 업무를 겸하고 은행이나 신용카드업 등에도 진출, 종합금융그룹
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험사는 외국사와 달리 설계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외국보험사들이 고전한다는 얘기도 있고.
현재 교보생명의 설계사는 몇명입니까.
"4만5천명 안팎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설계사 중심인 국내 풍토에서 외국보험사들이 고전하는 점도 있지만
네덜란드생보사인 프루덴셜보험의 경우엔 보장성보험 하나만으로도 세를
착실히 불려가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14위를 차지하던 닛산생명보험이 부도를 냈습니다.
부동산과 주식가격의 하락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상황이 비슷해 마찬가지 위험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는데..
"외형경쟁에 치중하느라 고금리를 보장하다 보니 자산운용이 어려워진
경우죠.
교보생명은 외형성장을 위한 무리한 출혈을 감수하지 않습니다.
내실을 갖추면서 외형경쟁에 나서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탄탄합니다"
-내실을 중시하다 보니 경영이 보수적이라는 평도 있는데요.
"계약자 위주로 책임준비금이나 배당금을 많이 적립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같은 방침은 앞으로도 유지할 작정입니다.
보험사마다 결산방식이 다른데 단기 순이익만 비교해 교보의 실적이
부진하다고 평가하는 건 곤란하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내실경영을 하면서 사업다각화에도 신경쓸 계획입니다"
-지난 연말에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별도의 경영수업을
받으셨는지요.
"3개월동안 열심히 배웠습니다.
기본적인 용어 정도는 익혔지요.
앞으로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공부하려 합니다.
10년은 배워야 한다던 아버님께서 5년 정도로 줄여 주셨어요"
-취미가 있다면.
"클래식기타를 좀 칩니다.
대학땐 재즈보컬팀에서 퍼스트기타를 맡았죠.
요즘엔 통 못하고 나이 들어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해볼까 합니다"
-하루 일과를 밝혀 주시죠.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근무하고 저녁에 운동을 합니다.
재단 사무실은 4층, 교보생명 사무실은 3층이라 왔다 갔다 합니다"
-가족과 형제관계는 어떻습니까.
"아내(정혜원)와 고1(중하), 중2(중현)인 두 아들이 있습니다.
영문학을 전공한 아내가 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평해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형제로는 누님 두분과 남동생 한명이 있습니다.
남동생은 교보문고 부사장입니다만 아직 비상근으로 조용히 일을 배우는
입장입니다"
-경영철학을 알려 주시죠.
"아직 경영철학을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창립 때부터 현재까지 사회공익에 기여하고 계약자에 대한 봉사측면을
강조하는 회사의 경영방침이 전적으로 옳다고 봅니다.
부친의 생각을 계승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 정리=박성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