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건설 부도로 중단된 필리핀 수력발전소공사에 대한 제일은행의 공사이행
보증금문제가 국제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제일은행은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필리핀 카섹난 다목점댐 건설공사의
발주처인 미국의 캘리포니아에너지(CE)사와 지급보증금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CE사의 회의 연기요청으로 회담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CE사는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채 오는 6월 뉴욕에서 회합을 갖기를
요청했다.

제일은행은 이에 따라 CE사가 청구한 공사이행보증금 7천9백33만달러에
대해이달중 공식거절의사를 밝히는 한편 싱가폴의 국제신용장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키로 했다.

또 내달중 뉴욕주법원이나 미 연방법원을 통해 계약효력문제를 다투는
국제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제일은행이 이처럼 법적조치를 강구하고 나선 이유는 원칙적으로 위약금은
물어줘야 하지만 CE사의 청구액을 전액 배상해줄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공사가 어느정도 진행된데다 발주처에서 사전통보도 없이
시공회사를 바꿨기 때문에 8천만달러에 이르는 이행보증금을 전액 물어줄수는
없다"며 "국제변호사들에게 문의해본 결과 부분승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CE사는 한보건설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자 지난 7일 시공사를 전격
교체하면서 제일은행측에 7천9백33만달러의 공사이행보증 위약금을 청구
했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