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현철씨를 15일 소환키로 함에 따라 3개월간을 끌어온 현철씨
비리수사가 사법처리라는 정점을 향해 빠르게 치닫고 있다.

심재륜 중수부장은 "수사진행상황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짤막한 말로
사법처리가 기정사실화된 현직대통령 아들의 소환을 14일 공식 발표했다.

이는 검찰수사가 측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철씨의 범죄사실을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확인절차만 남겨둔 상황임을 의미한다.

검찰은 이미 지난 13일 전격 귀국한 이성호 전 대호건설사장을 통해
현철씨가 기업인으로부터 수십억원의 대가성자금을 받았다는 진술과 함께
계좌추적을 통해 구체적인 돈의 유입경로까지 밝혀냈다.

따라서 현철씨 소환은 비자금을 조성한 몸통의 입을 통해 구체적인 돈의
출처와 내역을 직접 자백받겠다는 수사과정상의 끝내기 수순인 것이다.

그러나 현철씨의 최종 확인절차가 검찰의 낙관대로 순순히 이뤄질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밝혀낸 현철씨 비자금 내역은 <>이전사장이 관리한 50원
<>김기섭 전안기부차장이 관리한 70억원 <>박태중씨가 대선직후 인출해
관리해온 1백32억원 <>현철씨가 동문기업인으로부터 받은 20억원 등이다.

그러나 이 돈이 "박태중-이성호-김기섭" 라인을 통해 분산과 취합을
거치면서 서로 얽혀 있는 상황인데다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는 부분, 즉
청탁성 자금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아직 잔여임기를 7개월 이상 남겨 두고 있는 현직대통령과 잠복해
있는 현철씨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기업인들이 선뜻 대가성자금임을 순순히
털어 놓을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다양한 사전포석을 통해 현철씨의 입을 열기 위해 주력
하고 있다.

현철씨가 경복고 동문기업인들로부터 문민정부 출범이후 2년 반동안 매달
6천만원씩 20억원에 이르는 활동자금을 받은 사실을 발표한 것도 도덕성에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현철씨의 저항을 무력화시켜 필요한 진술을
얻어내겠다는 소환전략의 일부라는 분석이다.

검찰이 이와함께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활동비가 대가를 바란 사례금이라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세무조사및 횡령및 탈세혐의에 대한 수사착수가능성을
내비쳐 압박작전을 구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수 있다.

아무리 동문관계라 하더라도 이해득실개념이 철저한 기업인들이 연간
2억4천만원의 거액을 제공한 배경에는 권력핵심층의 시혜를 노린 투자라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결국 현철씨 비리수사는 기업으로부터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문민정부 역시 검은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채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 아들의 사법처리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