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국인 투자자의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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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년동안 전화도 하지 마세요. 한국이 아니더라도 투자할 곳은
많습니다"
L증권사의 중견간부인 P씨는 잘 알고 지내던 일본인 기관투자가에게
한국주식 매수를 권유하다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주식을 팔기 위해 미국 유럽으로 출장을 나갔던 증권사
임직원들도 비슷한 문전박대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주식 한국 경제,나아가 한국이란 국가신용도에 대한 외국인의 이런
"등 돌리기"가 전에 없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재미를 보지 못한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한보사태처럼 정치권과 뒤얽힌 비자금 문제가 터질수록 그런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엄연히 주주의 몫인데 그것이 제멋대로 뿌려지는
판이니 주주가 돼야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외국인들은 실제로 시중은행 주가가 액면가를 허물고 3천원대로 곤두박질
쳐도 줄기차게 손절매를 단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부도를 내지야 않겠지만 엿장수 맘대로인 은행의 회계보고서에
더이상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결단에 다름아니다.
국가적 신뢰도가 이지경이지만 이른바 "용"이라고 불리는 대권주자 가운데
누구 하나 이런 문제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행정부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벤처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회계에 대한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자금을 쏟아부을
외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격유착단절"과 "벤처기업 육성", "한국주식의 신뢰회복" 같은 것은
구호와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정직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권과 행정부는 한번도 그런 기회를 마련한 적이 없다.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허정구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
많습니다"
L증권사의 중견간부인 P씨는 잘 알고 지내던 일본인 기관투자가에게
한국주식 매수를 권유하다 느닷없는 봉변을 당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주식을 팔기 위해 미국 유럽으로 출장을 나갔던 증권사
임직원들도 비슷한 문전박대 경험을 갖고 있다.
한국 주식 한국 경제,나아가 한국이란 국가신용도에 대한 외국인의 이런
"등 돌리기"가 전에 없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재미를 보지 못한데 1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한보사태처럼 정치권과 뒤얽힌 비자금 문제가 터질수록 그런 불신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엄연히 주주의 몫인데 그것이 제멋대로 뿌려지는
판이니 주주가 돼야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한다.
외국인들은 실제로 시중은행 주가가 액면가를 허물고 3천원대로 곤두박질
쳐도 줄기차게 손절매를 단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부도를 내지야 않겠지만 엿장수 맘대로인 은행의 회계보고서에
더이상 농락당하지 않겠다는 결단에 다름아니다.
국가적 신뢰도가 이지경이지만 이른바 "용"이라고 불리는 대권주자 가운데
누구 하나 이런 문제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행정부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는 벤처기업에 대해 외국인 투자제한을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회계에 대한 투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자금을 쏟아부을
외국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격유착단절"과 "벤처기업 육성", "한국주식의 신뢰회복" 같은 것은
구호와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정직하게 회계장부를 작성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정치권과 행정부는 한번도 그런 기회를 마련한 적이 없다.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허정구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