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북 보궐선거에서 맞붙게 된 민주당 이기택총재와 박태준 전포항제철
회장이 본격적으로 표밭 다지기에 나섰다.

두사람은 모두 이번 보선의 성격을 정치생명을 건 밀릴 수 없는 싸움으로
규정, 현지 조직을 정비하고 대중집회에 얼굴을 내미는 등 치열한 득표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총재는 이번 보선을 통해 다시한번 "정치적 비상"을 위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입장이고 박 전회장은 문민정부들어 실추된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전도 상당히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사람은 부처님 오신날인 14일 죽도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연등법회에
나란히 참석, 불자들을 상대로 "불심잡기" 경쟁을 벌였다.

지난주부터 포항 상주체제에 들어간 민주당 이총재는 법회 참석에 앞서
중림사와 보경사 법광사 등 포항의 주요 사찰을 찾아 불자들을 상대로
보선 출마 배경을 설명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총재는 이어 15일에는 포항 관내 관공서를 방문해 인사를 한뒤 19일
시내 신흥동에 마련한 새 지구당 사무실 개소식을 갖는 등 기세를 올려
나갈 방침이다.

민주당 김병구 포항남지구당위원장은 "현재로서는 박 전회장이 부각되고
있지만 막상 선거판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이 총재의 밑바닥 지지세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부터 포항 북 지역을 동별로 나눠 당원교육에 착수,
득표경쟁을 위해 밑바닥 조직부터 다진다는 전략이다.

일단 "포항 상륙"에 성공한 박 전회장측도 현재의 유리한 판세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분위기를 띄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 전회장은 14일 연등법회 참석에 이어 15일에는 전포철직원과 현지
명망가들을 중심으로 선거대책본부를 발족시킨뒤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포항에 머물며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접촉할 계획이다.

박 전회장 지지세력 규합에는 이대공 전포철부사장 등이 앞장서고 있으며
전.현직 포철직원을 중심으로 박 전회장 지지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
박 전회장측 주장이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