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된지 보름이 지났건만 증시가 지지부진하다.

"큰 장"을 바라는 투자자들의 마음도 실망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한도 확대후 5~10일 간의 짧은 조정을 보인뒤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시황분석가들은 현재 증시가 3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도방지협약에도 불구, 2금융권의 대출금 회수에 따른 자금 경색과
그로 인한 추가부도 위기 <>신용융자잔고가 고객예탁금보다 많아져 상환
부담이 크다는 수급 불안 <>김현철씨 비자금의 증시 유입과 검찰의 관련계좌
조사 등이 3대 악재로 꼽힌다.

다만 거시경제지표가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데다 금리가 안정돼 있다는 점은 호재로 꼽힌다.

이런 여건 탓에 전문가들은 3대 악재에서 벗어나면 주가 재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의 장세 진단을 들어본다.

<> 나인수 한국투신 주식운용팀장

=당분간 주가가 조정양상을 보일 것이다.

신용융자잔고가 고객예탁금을 넘어서 수급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정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가격에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유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추가적인 흑자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은행및 건설주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금리안정이나 엔화 강세 등을 감안할때 주가가 탄력적인 상승을 보일
상황인데 그렇지 못한 것도 부동산경기의 침체가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엔화 강세라는 호재가 있어 주가는 그다지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주가그래프상 추세가 무너졌기 때문에 종합주가지수 650선을 심리적 바닥선
으로 설정할수 있다.

엔화 강세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조선업종 등 저가대형주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흘러갈 것으로 본다.

김현철씨 비자금의 증시 유입과 검찰조사 등 장외 악재는 이미 반영됐다고
본다.

<> 박병문 LG증권 투자전략팀장

=경기의 기본적 요인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엔화 강세와 금리안정은 물론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고 수입도 감소추세다.

재고증가율도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저가대형주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특히 조선 해운 등 엔화환율에 민감한 주식은 실질적인 수혜시기가 늦더라도
주가에는 미리 반영될 것이다.

따라서 김현철씨와 관련된 악재만 해소된다면 6월중에 큰 폭의 지수상승을
기대할수 있다.

외국인의 매수가 늘고 투자신탁회사의 외수펀드에서 대형주를 사들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번주와 다음주초까지 중저가 대형주가 시장을 주도하다가
내주 중반부터 선별적인 개별종목장세가 전개된뒤 다시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과거처럼 무차별적인 개별종목장세는 나타나지 않고 현금흐름이 좋은 개별
종목등에 한해 매기가 물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별종목도 극단적인 선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이충식 동원경제연구소 동향분석실장

=신용융자잔고가 증가하는 등 수급불균형과 김현철씨 비자금의 증시 유입
등 장내외 악재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이달들어 외국자금 6천억여원이 증시에 유입됐지만 기관투자가들이 확보한
외국자금으로 주식을 사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눈에 띌만한 추가적인 주식매수가 없다.

이 때문에 한도 확대이후 기대됐던 유동성 장세가 무산됐다.

자금시장이 꼬이고 있어 기업들이 "부도지뢰밭"을 걷고 있다는 점도 악재다.

은행끼리 부도방지협약을 맺었지만 2금융권의 대출자금 회수로 한계기업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추가적인 대형부도의 위기감도 돌고 있다.

다만 지난달말 달러당 1백27엔까지 기록했던 엔.달러환율이 최근 장중에
1백17엔까지 하락했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지난 95년 4월부터 지속됐던 엔저현상이 엔화 강세로 돌아서고 있는 시점
이어서 의미가 크다.

엔화 강세와 금리안정이 수급 불균형과 장외 악재로 희석된 것으로 본다.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심리적 지지선인 650선도 불안하다.

< 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