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과 명동에서 "소매유통업의 교과서"로 불리는 막스 앤 스펜서(M&S)
매장을 운영하는 D&S사의 김성주(41)사장.

대성그룹 김수근 회장의 딸인 그녀의 손은 노점상의 그것처럼이나 거칠다.

그녀는 재벌집 딸로써 누릴 수 있는 "안락한"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고학이나 다름없었던 미국 및 영국유학을 거쳐 맨손으로 국내에서
성주인터내셔날을 창업했다.

"피땀이 섞이지 않은 돈은 네 돈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따른 결과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고나 할까.

여성의 아름다음과는 거리만 먼 거칠어질대로 거칠어진 손이지만
그녀에게는 더없이 "영광스런 손"이다.

손은 거칠지만 그녀의 경영정책은 "깨끗한 손"이다.

"투명한 경영정책으로 유명한 막스 앤 스펜서가 굴지의 대기업을 마다하고
중소기업이나 다름없는 성주인터내셔날을 한국파트너로 삼은 것도 "깨끗한
회사는 깨끗한 회사끼리"라는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김사장은 설명했다.

그녀는 영국 막스앤스펜서의 영업정책은 한마디로 "정직한 상품과의 만남"
이라고 소개했다.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기 때문에 막스 앤 스펜서매장은
양판점이나 할인점과는 다른 "질판점"이라고 규정한다.

사실 막스 앤 스펜서매장에는 아무리 비싸도 한벌에 30만원이 넘는 옷이
거의 없다.

대부분 영국에서 들여와 관세가 붙은 가격이지만 그래도 국내보다 싸다는
게 자랑이다.

대처 메이져 등 역대총리가 즐겨 입을 정도로 품질은 이미 보증됐다.

막스 앤 스펜서가 이처럼 "고품질 저가격"을 1백년이상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국내유통업체처럼 공급업체에 횡포를 부리지 않는데 있다"고
김사장은 말했다.

본사직원이 공급업체에 상주하면서 품질을 관리하고 기계도 지원한다.

공급업자와 함께 큰다는 것이다.

1백년된 공급업체도 있다.

영국의류 제조업체중 70%가 막스앤스펜서에 남품을 하고 있다.

납품업체를 위한 물류센터운영도 "깨끗한 손" 정책의 하나다.

"물류비용을 공급업체에 전가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국내백화점들이 배울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직원도 기존 관행에 물든 유통업계에서는 한명도 뽑지 않았다는
김사장은 "한국식 뇌물관행에 젖지 않고도 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