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9시뉴스 말미에 날씨안내방송이 나올때 "이번 일요일은
북동쪽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람없이 맑은 하루가 되겠습니다"의 아나운서
멘트가 나오면 특허청 테니스동호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러나온다.

어느새 테니스 라켓 가방이 있는 곳으로 가서 줄과 그립을 살펴보면서
지난주 타이브레이크까지 갔던 게임을 연상해본다.

시소게임을 마무리짓는 결정타를 다시 한번 그려보면서 행복감에
도취했던 그 순간. 특허청 테니스동호회원들이 느끼는 이같은 넉넉한
행복감은 푸근한 회원들간의 정때문에 깊이가 더해가고 있다.

우리 모임은 지난 79년 당시 이화익 국장을 초대회장으로 모시고 발족돼
면면히 이어오다가 83년 이병균 당시 항고심판소장이 동호회 전용코트를
마련하면서 지금처럼 정기적인 모임을 갖게 됐다.

현재는 "독일장교"로 불릴 정도로 치밀하고 공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김태윤 항고심판관이 회장을 맡고 있다.

부회장에는 최근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경사를 맞은 김중효 심사기준
과장이 수고하고 있다.

고문으로는 회장보다 훨씬 더 공에 애착을 갖고 몸을 사리지 않는
김수동 특허청차장이 넉넉한 품으로 뒤를 봐주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무리없이 공을 처리하는 멋쟁이 김종득 공보관, 강력한
파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나이 문찬두 통신과장, 발리 파이팅
매너에서 모두 만점인 김홍진 서기관, 부드럽게 공을 넘기다 날카로운
결정구를 지르는 정규호 사무관 등 40여명의 특허청 직원이 테니스
동호회에 가입해 있다.

이밖에 특허청에서 근무하다 퇴임한 이병균 연합기계할부금융이사장,
최평열 건설중장비업체사장, 임성태 변리사, 하문수 변리사 등 10명을
합해 총 50여명이 테니스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 집사람과 애들 눈치를 몇번이나 살피고는 맛있는 저녁
사줄께 하며 서운해하는 시선을 뒤로 하고 운동복차림으로 강남코트장을
향해 차를 달리는 회원들.

테니스코트에 이르면 어느새 온몸에 엔돌핀이 넘쳐나는 느낌이 온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