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상 같은 증세가 계속되면 그것은 난치병.

다음은 "골프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일종의 치료법이다.

<> 칠 때마다 15타를 넘나드는 환자

잘 맞으면 80대 초반까지 치다가도 안될 때는 90대 후반까지 급락한다.

구력 5년이 지났는데도 그런 증세가 여전하면 뭔가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 골퍼들은 어느 정도 스윙도 잡혀 있고 제법 장타도 치지만
성미하나만은 "제어 불능적으로" 급한 사람들이다.

볼에 다가가기 무섭게 스윙하고 그린에 올라서는 집중 없이 후딱
퍼팅을 해치운다.

리듬이 좋은 날은 스코어가 괜찮지만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것
잡을 수 없다.

성미가 급하지 않더라도 스윙자체만은 매우 빠른 골퍼들도 그중에
속한다.

이 환자들은 한마디로 자기 골프를 치는 것 보다는 골프에 끌려 다니는
사람들.

그들은 스윙연습 보다 골프 수양이 필요하다.

치료책은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철칙"을 세워 항상 되뇌이는 것.

즉 "홀에 다가 갈수록 더 신중해 지겠다"거나 "어떤 홀에서든 일단
미스샷이 나면 한층 더 겸손해 지겠다" 등이다.

무턱대고 덤비는 게 바로 골프에 끌려다니는 것.

항상 "느긋하게, 천천히"를 통해 한발 물러서서 자신만의 골프를 꾸려
나가라는 뜻이다.

<> 어쩔 수 없는 쇼트게임 환자

그린 근처까지는 두타만에 오지만 거기서부터 홀까지의 짧은 거리는
4타, 5타가 소요된다면 그거야말로 큰 병이다.

그런 골퍼들은 "골프를 치지 말고 본능에 맡기면" 된다.

핀까지 15m 거리에서 당신으로 하여금 야구공을 던져 온그린 시키라하면
틀림없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쇼트어프로치도 크게 다를 게 없다.

"이건 골프다"하며 어드레스, 임팩트, 폴로스루 등 온갖 체크를 하니까
거리감도 잊고 근육이 경직된다.

따라서 그저 야구공 던지는 식으로 별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치는 편이
낫다.

퍼팅도 마찬가지다.

퍼팅 나쁜 골퍼들 일수록 방향에 신경 쓴 나머지 거리를 잊는데 그러지
말고 "홀까지 볼을 굴린다"고만 생각하면 된다.

구슬을 손으로 굴려 홀에 근접시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법.

골프는 퍼터로 굴리는 것 뿐이다.

3퍼트, 4퍼트는 방향착오가 아니라 거리감의 문제이다.

<> 만년 90대 환자

5년 쳐도 90대, 10년 쳐도 90대라면 보나마나 "조기 진단"을 받지 않은
골퍼들이다.

그들은 한 두달 레슨을 받고는 필드에 막바로 진입, 골프를 시작했고
지금은 전적으로 "구력 덕분에" 100타만 넘기지 않는다.

"주말골퍼가 보기플레이면 됐지 뭘 더 바라나"가 그들의 공통점.

그러나 좋은 스코어에 기분 나빠하는 골퍼 없는 법으로 실제로는 평균
80대를 쳐 주위를 놀라게 하고 싶다.

그들에게 지금이라도 레슨프로를 찾아가 스윙진단을 받으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시켜도 안 할 것이고 해봤자 일주일 지나면 다시 원위치 아니겠는가.

따라서 그들은 "평생 그 스윙을 전제로" 머리를 써서 스코어를 줄일 수
밖에 없다.

다음을 생각해 보자.

모든 홀에서 보기가 만점이라며 꼭 "보기를 하라"고 하면 골퍼들은 말한다.

"그까짓 보기 누가 못하나" 바로 그 게 정답이다.

보기플레이를 할 능력의 골퍼들이 "보기 오버"를 치는 것은 파만 잡으려
하다가 더블이나 트리플 보기를 하기 때문이다.

반면 보기만을 추구하면 파도 몇개 얻어 걸리고 그 몇개의 파가 바로
80대를 의미한다.

90대초반서 80대로 내려오는 것은 언제나 강조하듯 "약간의 마음조정"
만으로 충분하다.

<> 이상의 논리들이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되는가.

그러나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않으니까 난치병이 깊어지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