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특약 독점전재 ]

< How to live long and prosper, May 16, Economist >

기업이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단숨에 거액을 챙기는 시대에 "장수기업"은 그다지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장수기업들야말로 성공적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경영
이론가들이 늘고 있다.

기업이 생명체라는 점을 재인식한 것이다.

석유메이저 엑슨 등 1백년이상된 유수기업들이 여전히 양호한 경영실적을
나타내는 것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스웨덴의 종이화학그룹 스토라는 7백년이나 됐고 일본의 스미토모(4백년)
미국의 듀폰(1백95년) 영국의 필킹턴(1백71년) 등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다국적기업의 수명이 40-50년, 유럽과 일본의 기업수명이 대략 13년 안팎
인데 비해 이들의 생존력은 경이적이다.

경영이론가 아리 드 제우스는 "생동하는 회사"라는 제목의 신간을 통해
기업의 장수비결을 소개했다.

장수기업들은 단기간에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안등에는 관심이 적다.

대신 다음 4가지의 공통점을 갖는다.

첫째, 보수적인 자금운용정책을 취한다.

영국의 베어링스은행이 엔선물거래실패로 졸지에 파산했듯이 장수기업들은
리스크가 큰 자금운용을 피한다.

수익성은 낮지만 안정성있는 은행거래를 선호하는 것이다.

둘째, 기업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했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스토라사는 15세기께 스웨덴국왕의 비위를 맞춤으로써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로 창립 1백59년째인 영국의 부커사는 원래 남미에서 설탕생산업체로
출발했지만 설탕산업의 국유화를 예상, 주력업종을 해운업과 소매업으로
바꿨다.

IBM은 지난 80년대말 컴퓨터본체사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음을 간파,
대응조치를 강구했다.

세번째 특징은 동일한 기업문화를 교육받은 직원들이 강력한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다.

맥도널드는 직원교육을 위해 자체 대학을 운영한다.

전직원은 교육을 통해 "맥도널드맨"으로 거듭난다.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는 자사를 일종의 "선단"으로 여겼다.

소속 배들은 독립적이지만 일단 모여 선단을 구성하면 "산술적인 종합"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네번째 특징은 직원들의 개성을 살려주는 풍토가 조성된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강력한 기업문화는 애플컴퓨터에서 보듯 탄력적인 전략수립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3M사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15%를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할애토록
허용함으로써 문구용품 "포스트잇" 등 히트상품의 산실이 됐다.

반면 엑슨이나 스즈키의 경우 장수하고 있지만 경직된 관료조직으로 유명
하다.

하지만 이들은 마케팅과 유통망, 경영자양성 등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
함으로써 핸디캡을 극복했다고 알프레드 챈들러 하버드대교수는 주장한다.

또 일찌감치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직기반을 다져 놨다는
것도 유지비결의 하나다.

요컨대 기업은 초기에 경영환경을 탄탄하게 구축한뒤 변화에 대처하는
노력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경영분석가들은 입을 모은다.

< 정리=유재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