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은 대체로 2가지다.

높은 사회적 응집력, 세계초일류의 다국적 기업, 엘리트로 구성된
관료집단등이 상호결합돼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관점이 하나요.

편협한 섬나라 근성, 비굴에 가까운 인종적 자기비하, 돈으로 좌우되는
정치체제등이 일본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시각이 다른 하나다.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일본 재해석(원제 Japan, A Reinterpretation)"
(판테온출판사, 27달러50센트)은 비교적 객관적으로 현대일본사회를
관찰하고 장차 일본이 어디로 갈것인가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인 패트릭 스미스 헤럴드트리뷴지 도쿄 지국장은 책머리에서
"굴절된 정치시스템이 일본사회를 절름발이로 만들었지만 일본은
이를 이겨낼 사회적 치유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라고 밝혔다.

이 책에 따르면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전근대적 정치체제가
잔존하는 "일본적 모순"은 1백20여년전의 메이지유신에서 비롯됐다.

메이지유신은 일본을 봉건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모시키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유입시켰다.

그러나 서구민주주의는 작은 섬나라에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저자는 자민당 1당독재가 무너진 1990년대중반 일본사회가 제2의
메이지유신을 진행중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성공을 배경으로 대외에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대내적으론 서구적 다원주의를 재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제2의 메이지유신이 성공하려면 집단이 개인에 우선한다는 일본적
가치관이 타파돼야 한다.

그러나 그 작업은 일본역사상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