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소환한 검찰은 15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뤄질 현직대통령 아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대비해 차분한 분위기에서도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현철씨는 이날 검찰의 출두요구 시간인 오후 2시보다 6분정도 이른
1시54분께 서울30다4155 검정색 소나타III 승용차편으로 대검찰청 중앙현관
입구에 도착.

자기 손으로 직접 차문을 열고 나온 현철씨는 차문을 열어둔채 걸어가려다
다시 돌아서 문을 닫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

감색 싱글 양복차림을 한 현철씨는 포토라인 앞에 잠시 멈춰서서 취재진의
사진촬영에는 응했으나 "심경이 어떠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공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

현철씨는 취재기자가 "왜 거짓말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순간적으로
얼굴표정을 굳히기도.

<>.굳게 입을 다문채 중수부 소속수사관 2명과 함께 중앙현관 문을 통과한
현철씨는 현관문 안쪽에도 취재진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자 다시 한번 포즈를
취하는 여유를 보였다.

현철씨는 이어 신중한 동작으로 목례를 하면서 "감사합니다"고만 말한 뒤
검찰측이 미리 대기시켜 둔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조사실로 직행.

<>.검찰은 사상초유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는
중압감에 다소 긴장된 모습.

심재륜 중수부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김상희 수사기획관과 주임검사인
이훈규 중수3과장을 불러 현철씨 조사를 위한 최종점검을 한 뒤 9시15분께
검찰총장실로 들어가 수사상황을 보고.

심중수부장은 "수사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현철씨의 범죄사실을
입증하는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현철씨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을 감안, 조사는 철저히
하되 충분히 예우를 갖춘다는 방침.

검찰은 이에따라 현철씨가 2월21일 고소인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당시 선택했던 메뉴인 설렁탕 등을 미리 식당에 주문해 놓는 등 세심한
신경을 썼다.

검찰은 그러나 1차조사때와는 달리 현철씨가 이번에는 피의자신분인 만큼
호칭은 "김소장" 대신 "김현철씨"로 통일.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